▲ 박세준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점점 노인 인구층이 많아지는 것은 비단 외국의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경향은 다르지 않다보니 건강과 관련된 많은 정보들을 우리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주변 사람들, 혹은 텔레비전이나 인터넷과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서 얻는 정보들 중에는 혈압에 관련된 것들이 적지 않다. 특히 고혈압은 각종 심장 질환의 위험인자로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많이 알려졌다.

그런데 간혹 이 글을 읽고 있는 본인이나 아니면 주변 사람들에게서 ‘저혈압’에 대해서 이야기 들어본 적은 있는가?

뭐든지 지나치면 좋지 않다는 가장 일반적인 상식에 비춰 봤을 때 저혈압도 고혈압 못지 않게 관심을 가져야 할 건강상식일텐데 막상 저혈압과 관련되어서는 그런 기회가 많지 않다.

그래서 진료를 하다보면 “다른 사람보다 혈압이 낮은데 큰 문제는 없습니까?”, “저혈압은 고혈압보다 위험하다는데 저는 어떻습니까”, “ 혈압을 재보면 다른 사람보다 낮다는데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등과 같은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우리 신체의 장기(뇌, 폐, 신장 등)는 심장으로부터 나오는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받아야 장기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원활한 혈액 공급을 위해서는 혈관내의 압력인 혈압이 적정수준 유지되어야 하는데, 높거나 낮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저혈압의 경우도 이런 관점에서는 분명 문제가 될 수 있다. 평상시 혈압이 잘 유지되는 혹은 혈압이 다소 높았던 사람이 지속적으로 혈압이 낮고 그로 인한 증상이 유발되는 경우 병적인 저혈압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평소 높은 혈압(수축기)이 120~130mmHg로 유지되었던 사람이 어느 날 어지러우면서 쟀던 혈압이 90mmHg이하라고 한다면 이는 분명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하는 저혈압 상태다.

우리는 흔히 어떤 충격을 받았을 때 “쇼크 먹었다”라는 말을 쓰는데 의학적으로 혈압이 낮아서 여러 장기에 필요한 혈액과 산소를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를 ‘쇼크(shock)’라고 한다.



그렇다면 병적인 저혈압, 즉 쇼크를 유발하는 원인은 무엇이 있을까? 혈압을 유지하는데 여러 요소들이 있는데 그런 요소들의 이상이 있을 때 쇼크는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대량의 출혈이 있거나, 패혈증과 같은 심한 감염증, 심근경색이나 심부전과 같은 급성 심장질환 등으로 쇼크는 발생한다. 또한 평소 고혈압으로 약을 먹고 있는 분들에게는 혈압약의 효과가 다소 과도하거나, 환자 자신의 전신 상태의 변화 등으로 상대적으로 혈압약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경우에도 저혈압이 유발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상황이 의심될 경우에는 반드시 가까운 병원을 찾아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저혈압이라는 것이 꼭 병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즉 증상없이 평상시 혈압이 남들에 비해 낮은 환자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분들의 경우 저혈압에 의한 증상인 어지러움, 구역질, 전신쇠약 등이 없다면 혈압이 낮다고 걱정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이런 분들의 경우 대체적으로 체구가 작고 마른 편이고 평소 식사량이 많지 않은 공통점을 볼 수 있는데, 조금만 탈수가 되거나 전신 상태가 떨어지면 앉아있거나 누워있다가 일어설 때 어지럽거나 의식을 잃는 기립성 저혈압(혹은 미주신경성 실신)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평소 물을 자주 마시고 필요하다면 근력 운동등을 통해 이런 현상을 사전에 미리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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