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현역의원 3명 특보임명 놓곤 우려…비주류 "회전문 인사" 비판

▲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후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에 이병기 국정원장을 내정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국정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기념촬영하는 모습.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이병기 국정원장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전격 발탁함에 따라 그간 국정난맥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혀온 당정청 불통 논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불통 논란의 진원으로 지목돼온 검찰 출신인 전임 김기춘 전 실장을 대신하는 이 신임 실장이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전형적 정무형 인사인 만큼 당정청 소통이 한층 탄력받을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여권에서는 이완구 국무총리와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이 실장의 기용으로 당정청 수뇌부간 소통채널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모두가 '전화 한통'으로 대화할 수 있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실장과 김 대표, 유 원내대표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었고 박 대통령의 2007년 대선후보 경선을 도운 '원박' 멤버로서 10년 넘게 얼굴을 맞대 관계가 남다르다.

취임 초기 여의도 정치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둬 온 박 대통령이 집권 중반 들어 고심끝에 현직 국정원장이라는 부담을 감수하고 그를 전격 비서실장에 기용한 것도 정치권과의 스킨십 강화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기춘 전 실장에 대한 여권의 가장 큰 불만이 불통이었다면 상대적으로 유연한 이 실장이 박 대통령을 보좌해 여야 정치권과 두루 교감할 경우 이제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정치적 '막후' 공간이 형성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시점상으로도 지난 10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 회동에서 이미 당정청 정책협의회를 정례화하고 고위 당정청 회동도 수시로 개최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황이어서, 고위 당정청 협의체가 이 같은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큰 게 사실이다.

당 지도부도 이 원장 내정에 대해서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무성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내정자는 여야 정치권을 막론하고 두루 통하는 분이기 때문에 잘 하리라 기대한다"며 "새누리당에도 한나라당 시절부터 오래 몸담았기 때문에 당에 대한 이해가 넓고 원활한 당정청 소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 역시 본회의에 앞서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장을 한 지 얼마 안된 분이 가서 그 부분은 조금 유감"이라면서도 "당정청 대화에, 박근혜 정부 성공에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소통은 잘 할 것으로 본다"고 평했다.
그러나 친박 주류인 김재원·윤상현 의원과 친이계인 주호영 의원이 나란히 정무특보로 임명된 것을 놓고는 당내에서 공개적인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0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 회동 당시 김 대표는 정무특보 신설에 부정적 입장을, 유 원내대표는 야당이나 당내 소외된 그룹과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을 거론한 바 있다.

이번에 현역 친박 주류가 대거 포함된 것은 지도부의 희망과는 거리가 있는 구성이다.

당장 유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현직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고 정무특보는 대통령의 특별보좌역인데, 현직 국회의원이 정무특보가 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다"며 "내가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께 건의 드린 부분은 반영이 안 됐다"고 말했다.

핵심 당직자도 "현역 의원을 대통령 특보로 임명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사실상 정무장관이 3명이 된 셈인데 옥상옥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현역 국정원장이 비서실장으로 단번에 자리를 옮긴 것을 놓고도 비주류를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됐다.

비주류 중진인 정병국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서실장으로서 잘 하실 분이지만, 국정원의 특성상 인사가 이렇게 되면 조직이 불안해 진다"며 "조직으로서 안정성이 떨어진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 수도권 재선은 "회전문 인사"라며 "박 대통령이 자신과 코드를 맞는 사람만 쓰고 있다"며 이번 개각과 청와대 인사를 싸잡아 비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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