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형제 살인 참극
형 A군 술 마시고 소란 동생 B군 흉기 휘둘러 “나도모르게 범행” 진술
A군 친구 “조용한 성격”
주민·학교현장 충격

춘천에서 고교생 형제가 다투다 형이 동생이 휘두른 칼에 찔려 숨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인 동생은 순간 분노를 참지 못해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민과 학교 당국 등은 ‘참극’소식에 경악했다.


▲ 1일 새벽 춘천 후평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고교 1학년인 동생이 친형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 과학수사요원들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이진우

■ 사건 개요

1일 새벽 2시쯤 춘천시 후평동 3층짜리 다세대 주택 2층에서 고교생 A(19·고3)군이 2살 아래인 동생 B(17·고1)군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B군은 이날 자신의 집에서 친형인 A군이 술에 취한 채 소란을 피우자 말다툼끝에 주방에 있던 식칼을 가져와 가슴 부위를 한 차례 찌른 혐의(살인)를 받고 있다.

A군은 부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미 현장에서 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동생 B군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숨진 A군의 사인을 정확히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 참극 원인

이번 사건은 순간 분노를 참지 못한 ‘우발 범행’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찰은 숨진 A군과 동생 B군은 평소 우애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A군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받은 월급으로 동생의 옷을 사줬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형제가 가끔 말다툼을 하기는 했지만 악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날 A군은 당시 술을 많이 마시고 새벽 늦게 귀가해 동생에게 폭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이 동생에게 “왜 벌써부터 담배를 피우냐”며 얼굴을 때린 것이 발단이 돼 둘 사이 고성이 오가며 말다툼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 B군은 경찰조사에서 “갑자기 격분해 나도 모르게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주민·학교 충격

사건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형제 부모들도 얘기치 못한 비극에 망연자실해 있다. 이들 형제의 주변인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 우발 범죄라는 점에 더욱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웃주민 김 모(57·여)씨는 “평소 가족은 물론 형제들의 사이가 나빠보이지 않았다”며 “우발 범죄 가능성이 큰 만큼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형제들이 다니던 학교에 사건소식이 알려지자 학생은 물론 교사들도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건 발생 하루 전에도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가 하룻밤 사이에 숨졌고, 또 다른 친구는 형을 흉기로 찔로 숨지게 한 가해자가 됐기 때문이다. A군 친구 이 모(19)군은 “장난기도 많고 좋은 친구였는데 오늘 학교에 등교하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원래 착하고 조용한 친구였는데 이런 사건이 날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도학부모연합회 관계자는 “형제간 다툼으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어서 학부모들의 충격이 크다”며 “학업 스트레스가 높은 학생들은 작은 일에도 쉽게 분노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할 수 있는 학교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인성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식 kyungsik@kado.net

노학수 pressn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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