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민 다 들어주던 山, 겸손을 알려주더군요
한발 한발 어느새 정상 원주 치악산 산행 즐겨
여성협 수장 역할 고민 등산 속에서 해답 찾아
초심으로 돌아가 운영

▲ 최근 춘천 인근의 산을 찾은 한명옥 회장. 한 회장은 등산을 즐긴지 10년이 됐다. 요즘은 한걸음 한걸음 등산을 하는 것처럼 하루하루 여성단체 수장으로서의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다. 서영

한명옥 강원도여성단체협의회(도여협) 회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지난 1월 29일 실시된 제38대 도여협 선거에서 단독 출마해 당선된 후 한 회장이 보여줄 또다른 도여협의 모습에 여성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기간 총무 직을 맡아 누구보다 조직의 속사정까지 잘 알거 아니냐고 주변에선 격려하지만 강원도 여성단체의 수장이라는 무게감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산적한 현안을 생각할 때면 “의욕을 앞세운 건 아닐까”라는 후회가 들기도 하지만 “이왕 내디딘 걸음 정상은 밟자”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요즘 산을 자주 찾는다. 평소 산을 좋아해 등산을 즐기는 것도 이유지만 요즘은 복잡한 심정을 산에 의지해 풀고 싶은 탓도 크다.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산을 찾게 되면 몸이 치유되는 효과를 볼 수 있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당연히 폐활량 증가에도 도움이 되죠. 그렇지만 최근에는 다른 느낌과 각오로 산에 오릅니다. 산을 찾으면 찾을수록 겸손해진다고 할까요.”

밤새 내린 단비가 가뭄에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신 1일 춘천을 찾아 서둘러 업무를 보고 오후 집이 있는 원주로 가기 전 시간을 내 인근 산을 찾은 한 회장을 만났다.
 

▲ 가볍게 몸도 풀고…
▲ 목 축이고…

“마음이 탁 트인다. 성큼 다가온 봄을 즐기기에는 강원도 산이 그만이다. 밤새 비가 와서 물기를 머금은 산야가 더 푸르다”며 즐거워했다.

“요즘 많이 바쁘시겠다”고 안부를 전하자 “고민이 참 많고 해야 할 일도 그만큼 많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산이 없었으면 어땠을지 모르겠다”고 웃음을 지었다.

오르막에서 고민하고, 내리막에서 내려놓고 하다보면 어느새 정상에 오르게 되고, 돌아 내려오는 길에 다시 선 처음 출발선에서 정상을 보며 각오를 새롭게 하다보면 조급함 대신 그 만큼의 여유를 얻어 도전에 강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한다.

지금 한 회장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여협의 독립적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체 기금조성 대책도 그렇게 초심으로 돌아가 풀어보겠다고 한다. 도여협 자체적으로 경쟁력 있는 방안을 내놓겠다는 약속도 처음 출발선에서 선 각오로 주변의 선·후배와 지역 인사들과 머리를 맞대겠다고 밝혔다.

한 회장은 등산을 즐긴 지 10년이 된다. 공직생활을 그만둔 후 산행 모임에서 주1회 등산을 시작해 치악산 고둔치 코스를 주로 산행하고 있다.

경력이 있다보니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겨울 산행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다.

“겨울산행을 할 때는 땅이 미끄럽고, 위험해 안전장비를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겨울 태백산을 오를 때 눈물, 콧물 모두 흘릴 정도로 추위에 떨며 고생을 했지만 정상에 서면 추위를 잊을 만큼의 멋진 설경이 가져다 주는 감동은 겨울 산행을 중독 수준으로 몰고 가죠.”

 
그는 모든 사회활동이 다 그렇듯 여협 활동과 등산도 닮았다고 한다.

“땀 흘리며 한발 한발 내딛다 보면 숨이 턱까지 차올라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정상에 올랐을 때 얻는 뿌듯함을 지역을 위해 헌신하는 활동에서 얻는 보람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그에게 좌우명을 묻자 ‘금맥보다 중요한 것은 인맥이다’라고 밝혔다. 그 만큼 사람과의 네트워킹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고 강조했다. ‘내려와 다시 출발선에 섰다’는 심정을 밝힌 그의 앞에 놓인 각종 현안의 해법은 결국 사람과의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을 그도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 호 leeh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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