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찬

강릉단오제위원회 상임이사

국가개조론으로까지 제기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일 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 사고의 수습도 끝나지 않았다. 1주기 추모의 열기가 계속되고 곳곳에서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수많은 비난과 반성의 글들이 넘쳐난다.

모든 국민들은 각 분야에서 철저히 성찰하고 과감한 변화와 개선을 요구했고, 여기에 맞춘 대책도 수없이 마련됐고 지금도 쏟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세월호가 남긴 수많은 의문과 숙제는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된 것이 없다. 그래도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밝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노력이 한낮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말이다.

이러한 때에 지난해 열렸던 강릉단오제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며 시민들이 보여준 안전한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1년 전 단오제 준비가 한창이던 때 진도에서 날아온 비보는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일시에 정지시켜 버렸다.

주민들은 사고가 주는 엄중함에 비추어 ‘절대 이 시국에 신명을 돋우는 축제는 안 된다’에서부터 ‘전쟁 중이나 일제강점기에도 행해졌던 오랜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작은 모임에서부터 전체 회의에 이르기까지 수없는 토론과 협의 끝에 ‘어떠한 고통이나 아픔, 기쁨도 공동체 모두가 함께 한다면 이를 극복하고 나눌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단오제가 진행됐다.

세월호 참사 후 깊은 애도 속에 전국에서 처음 열린 축제 행사였고, 유가족과 대책위원들도 행사장에서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시민들은 더불어 산다는 공동체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깊이 있게 인식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또 절망과 고통도 함께 나누면서 희망으로 승화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터진 잇따른 대형 참사는 물론 최근 보도된 안전 불감증 사례를 보면 공동체적 각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출항과 함께 술판을 벌이는 낚싯배나 구명복을 입지 않은 승객들, 만취한 선장과 관련한 보도를 보면서 함께 했던 일행 중에 잘못을 강력히 지적한 사람이 한두 명만 있었더라도 이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법이 미흡하다기보다는 법이 공동체에 의해 무시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공동체적인 사회안전망을 위해서는 거대한 담론이 아니더라도 사회 제도에서도 기본이 보다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가령 2년마다 받는 기본적인 국민건강검진만 해도 조금만 경제적 여유가 있어도 별도의 돈을 들여 검사를 하고 있음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왕 예산을 들이는 것이고 모든 국민이 받는 검사라면 국민들이 신뢰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할 수 없을까?



각급 학교에서는 ‘안전 교육’을 강화하라는 교육부의 지시가 있었지만 연간 50여 시간 이상이라는 어머어마한 시수를 요구하는 바람에 오히려 시수에 급급해 졸속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교육 현장의 볼멘 목소리가 들린다.

또한 각종 적성검사 등 모든 행위의 기초가 되는 기본적인 것들은 뭔가 형식적이고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흔히 듣는다.

왜 국민들이 이런 기본적인 것에 대해 미흡하거나 불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만들어진 많은 법과 제도, 다양한 시책이 국민이 느끼는 현실감과 제대로 맞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실천 가능성이 떨어진 이상만을 쫓았다든가 현실에 맞는 보완책이 부족할 수도 있다.

아직 우리사회가 기본이 부족하고 공동체적 가치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문제들이 아직 해결되지는 않아 아쉬움을 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세월호 사고가 남긴 교훈을 미래의 발전 동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힘을 쏟아야 할 때이다.

안전문제에서부터 재해와 재난, 범죄 등 모든 분야에서 문제점을 도출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을 정부와 국민이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을 바로 세워 다시 일어서는 힘으로 삼고 공동체의 공감을 통해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 이래야만 보다 튼튼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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