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한림대 명예교수
농사 지으며 우여곡절
체험담 담은 에세이집

▲ 월송리 김 교수의 고향만들기

김재환 지음

‘교수 노릇 잘하고 있던 내가 뜬금없이 농사를 짓겠다고 나선 것이 바로 쉰다섯쯤이었다. 더 이상 메마른 도시의 삶 속에서 허우적거려서는 안되겠다는,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던 것일까? 어느 날 나는 땅을 사야겠다는 결심을 하고서 한 부동산 중개소를 찾아갔다.’

귀농·귀촌 인구가 늘고 있다. 경기침체로 도시의 살림살이가 간핍해지고 생활이 옥죄이는 영향도 있을 것이다. 도시의 삶에 염증을 느끼는 인구가 늘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 ‘뿌리 없는 삶’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근대화에 역주행하기 시작한 것 일수도 ….

‘월송리 김 교수의 고향 만들기’는 중년의 한 대학 교수가 자신의 직장이 있는 춘천 인근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러나 귀농 체험담을 담은 에세이집은 아니다. 이 책은 ‘지도’ 상의 어떤 지점이 아닌 ‘풍경’이 있는 장소를 찾아서 뿌리를 내리고, 마침내 ‘고향’을 구성해내는 여정에 관한 따뜻한 이야기다.

‘고향 만들기’는 평생 서생으로 살아온 저자에게 결코 수월한 과정일 수는 없었다. 땅을 구하고, 집을 짓고, 농사를 짓고, 이웃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좌충우돌 우여곡절을 겪으며 온몸으로 지식과 지혜를 배웠다.

맹지와 관련된 제반 지식, 건축허가, 교량설치, 땅 경계 다툼, 주택시공업체 선정, 수도 들이기, 농사용 기계에 관한 일화들은 유익한 정보도 제공한다. 작물 파종, 화학비료 또는 퇴비에 관한 경험, 정자나 창고의 배치, 야생동물 문제, 농산물 도둑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이웃과 더불어 부대끼며 사는 이야기에는 생활의 지혜가 묻어 있다. 그것은 피상적인 지식이 아니라 몸으로 체득한 삶의 지혜이기에 감동을 준다.

“고향이란 꼭 태어나지 않아도 살아가면서 만들 수도 있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서울에서부터 월송리까지의 나의 인생 역정도 일종의 ‘고향 만들기’, 즉 ‘고향을 찾아 나선 오리엔테이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언제까지 월송리에 살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낸 이 정감 어린 풍경을 나는 가능한 한 오래오래 향유하고 싶다.”

저자는 1946년 경남 통영 출생으로 서울대·고려대 대학원을 나왔다. 양정고 교사, 성심여대 교수를 거쳐 한림대 교수로 정년퇴임했다. 262쪽 1만1000원 녹색평론사.

안영옥 okisoul@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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