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전도금 32억과 별개…"향후 3∼4일 남은 수사 성패 판가름"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서산장학재단을 통해 뭉칫돈이 돈세탁 된 정황을 포착하고 자금 흐름을 쫓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기존에 '로비자금 출처'로 지목된 경남기업의 건설현장 지원금(전도금) 32억원과 별개의 돈으로, 최소 수억원에 이르는 이 돈을 추적하는 향후 3∼4일이 리스트 속 남은 6명이 연루된 로비 의혹 수사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특별수사팀은 이달 15일 충남 서산시 해미면의 서산장학재단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장학금 지급 내역과 재단 운영비 집행 내역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재단의 본래 목적과 무관한 곳으로 돈이 흘러간 단서를 잡은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2011년부터 2014년 사이에 재단에서 빠져나간 돈 가운데 최소 수억원 이상의 용처가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원래 사용하지 않던 계좌로 들어가고 일부는 현금화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재단은 대아레저산업을 비롯한 경남기업 계열사 등의 출연금이나 기부금을 주된 수익원으로 삼는데, 이 돈의 일부가 불투명하게 처리됐다는 점에서 검찰은 '장학재단을 경유한 돈세탁'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서산장학재단의 장학금은 2011년 18억3천343만원 지출됐지만 이듬해에는 266만원으로 급감하는 등 들쭉날쭉했다.

2013년에도 세무당국에는 20억원을 기부받아 대부분 지출한 것으로 신고했지만 '공익사업 손익계산서' 상에는 사업비를 2억3천만원 가량만 사용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이미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 등 2명의 금품거래 혐의를 확인한 특별수사팀은 리스트 속 남은 정치인 6명의 금품거래 의혹을 규명하는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성 전 회장 주변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최대한 끌어모으고 로비용으로 쓰였다는 구체적 증언을 사건 관련자들로부터 확보하는 것이 의혹 규명의 '열쇠'다.

검찰이 유의미한 시점으로 보는 것은 연말 대선이 있던 2012년과, 6월에 지방선거가 치러진 2014년이다. 금품거래가 있었다면 어떤 의미에서 돈이 오갔는지가 비교적 명확한 시점이다.

리스트 속에서 성 전 회장과 불법 대선자금 거래 의혹이 제기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과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은 2012년 대선 캠프에서 요직을 맡았다. 이뿐 아니라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홍 의원은 당 사무총장으로, 유·서 시장은 직접 후보로 나섰다.

한 검찰 관계자는 "향후 3∼4일간이 남은 리스트 6인 수사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 전도금과 서산장학재단을 경유한 뭉칫돈의 용처를 추적해 의혹에 관련된 흐름을 찾아내고 이를 뒷받침할 경남기업 관계자 등의 증언을 확보하는 데 3∼4일간 수사력을 쏟아붓겠다는 얘기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의 기소 시점도 이 같은 '총력 수사기간' 이후로 미뤄놓은 상태다.

하지만 의미 있는 돈의 흐름이 발견되더라도 수사가 더는 뻗어나가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 지사나 이 전 총리의 경우처럼, 금품거래 현장을 증언할 목격자가 있다면 이미 드러났어야 하는데 여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심스러운 돈을 발견하고도 이를 리스트 속 인물들과 결부시킬 진술이 나오지 않으면 수사는 더 진행되지 못한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의 사건이 사실상 마무리됐는데도, 검찰이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성 전 회장의 전 수행비서 이용기씨를 비롯한 측근들과 경남기업 전직 부사장 한모씨 등을 계속 조사하며 추가 단서를 찾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의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던 서산장학재단 핵심 관계자를 조만간 소환해 재단 밖으로 빠져나간 돈의 사용처를 추궁하기로 하는 등 비자금 흐름을 규명하는 데 당분간 주력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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