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

‘길면 7년, 짧으면 3년’. 민선6기 1년을 맞는 지방정가의 표제어다. 기초 광역의원과 단체장의 1년 성적을 추산해 표현한 말이지만 대개의 경우 현역 단체장을 빗댄 것으로 이해된다. 도지사와 교육감, 시장 군수가 주요 대상이다. 당사자들이야 ‘큰 일 날 소리’라며 손사래를 치겠지만 미래의 어느 시점을 향한 그들의 시계바늘은 빈틈이 없다. 시계가 거꾸로 돌거나 멈춰있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내 3년 후를 예비하는 그들의 노력과 열정이 눈물겹다. 물론 자아도취나 환상에 빠진 모습도 더러 눈에 띄지만…. 정확히 3년 후를 향해 가고 있는 민선 6기 시계. 이 시계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은 지난 1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미안한 이야기지만 지난 1년의 성적표는 실망스럽다. 아직 준비단계거나 실행 불능 판정을 받은 사업과 공약이 부지기수다. ‘2할 자치’에 머물 수밖에 없는 현실적 문제도 있지만, 여타의 핑계거리를 걷어내도 현실은 짜증스럽다. 올림픽 준비와 누리과정 예산, 각종 SOC 등 중앙정부와 연계된 사안들은 논외로 치자. 강원도와 18개 시·군이 감당할 수 있는데도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것들이 열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스스로 약속한 내용을 이행하지 못하는 ‘식물 리더십’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저런 사람 왜 뽑았을까’하는 회의감이 들 정도의 인물들. 그런 지도자가 마음을 어지럽혀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무능 권력’의 역주행으로 초래되는 정치, 행정적 손실이 너무 크다.

선출직 권력이 사익을 탐할 땐 어김없이 부작용이 초래된다. 선심과 특혜, 사익이 끼어들어 민심을 어지럽히는 것이다. 자신을 과대 포장하고, 공·사영역을 혼동해 세금을 자기 돈 주무르듯 한다. 이런 행태를 보인 단체장의 종착지는 자명하다. 강원지역에서도 업자와 결탁해 공적 자금을 챙긴 사례가 흔했다. 기업을 유치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세금을 몰아주고 뒷돈을 챙긴 몰상식한 단체장도 있었다. 이런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지도자는 사라져야 한다. 당장의 반짝 효과를 위해 미래를 저당 잡히는 행태도 근절돼야 한다. 근본도 알 수 없는 MOU 체결이 한 예다. 스스로 비전을 만들 수 없다면 잘못된 관행이라도 뜯어고치는 용기를 가져야한다. 관행에 대해 엄격해지라는 이야기다.

복지부동과 무사안일, 나 홀로 리더십 등 퇴행적 단어들이 민선6기 들어 부쩍 회자되고 있다. 강원도와 일부 시군의 사정이 특히 심하다. 이런 말들이 거리낌 없이 튀어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스템을 무시한 채 일을 추진하거나 공직 분위기를 쇄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탕, 나 홀로 리더십으론 한계가 분명하다. 공직사회를 추동하고, 강하게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신상필벌이 분명해야 한다. 일을 자율에 맡기는 것도 좋지만, 반드시 결과로 나타나야 한다는 책임 행정을 요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강원도와 몇몇 시·군 상황은 지나치게 안일하다. 공직분위기가 살아나야 하는데 강원 공직사회는 뒷담화하기에 바쁘다. 아닌가? 이래서는 7년은 고사하고, 3년도 힘들다. 언감생심이지 않은가.

강원도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인구가 줄고, 학교가 사라진다. 대학은 명맥을 유지하기 버거울 정도로 쪼그라들고 있다. 부양해야 할 노령인구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농촌지역은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며 각종 복지대책을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단체장의 리더십마저 위태롭다면 희망이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리더십이 무시되고, 공직자가 일손을 놓게 되면 결과는 뻔하다. 단체장들은 이런 현상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강원도에서는 여린 행정이 아닌, 독한 행정이 필요하다. 단체장들은 ‘공무원은 표가 아니다’는 자세로 공직사회에 엄격해야 한다. 일로 승부하고, 일의 성과로 공직을 평가해야 한다. 독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생각을 각인시켜야 한다. 피폐하고 열악한 강원도 현실을 여리고 무른 리더십으론 극복할 수 없다. 정부엔 강한 투쟁성을, 내적으로는 독한 다그침이 필요하다. 그게 강원도가 사는 길이다. 물탕 리더십, 여기서 끝내자!

강병로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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