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기자, 그림자 배심원 참여해보니…
춘천 형 살인사건 재판
그림자배심원 17명 배석
그룹 나뉘어 양형 논의도

▲ 3일 오전 10시 춘천지법 3층 대회의실. 본지 박지은 사회부 기자를 포함한 17명의 그림자 배심원이 춘천 형 살인사건의 재판을 지켜보고 양형을 논의했다. 서영

“양형 의견이 선고에 반영은 안되지만 ‘함께 하는 재판·참여하는 정의’에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3일 오전 10시 춘천지법 3층 대회의실. 기자를 포함한 17명의 그림자 배심원이 모였다.

그림자 배심원들은 이날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춘천 형 살인사건’의 재판을 지켜보고 토의를 통해 양형 의견을 제시할 임무가 주어졌다.

이번 사건은 동생 A(15)군이 지난 4월 1일 오전 2시쯤 춘천시 후평동 자신의 집에서 형 B(19)군이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자 이에 격분해 주방에 있던 흉기로 옆구리 부위를 한 차례 찔러 형을 숨지게 한 비극적인 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방청에 앞서 배심원들은 이준현 공보판사로부터 재판 진행절차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101호 법정으로 이동, 사건 속으로 들어갔다.

그림자 배심원들은 방청석에서, 정식 배심원 10명(예비배심원 1명)은 재판부 왼쪽에 마련된 배심원 석에 앉아 재판을 지켜봤다.

제2형사부(재판장 마성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은 공소사실 공표, 피고인·증인 신문, 검찰 구형, 최후 변론, 피고인 최후 진술 순으로 7시간 동안 진행됐다. 살인의 고의성 여부를 놓고 검사와 변호인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면서 배심원들의 긴장감도 극에 달했다.

변호인측 증인으로 출석한 피고인의 부모는 “모두가 내 탓”이라며 “큰 애는 가슴에 묻고 남은 인생은 작은 애를 위해 살겠다. 부디 선처해 주시길 바란다”며 오열했다.

그러자 일부 배심원들은 피고인 석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는 A군을 번갈아 보며 눈물을 훔쳤다.

피고인 최후 진술 후 그림자 배심원들도 1·2조로 나뉘어 토의를 갖고 양형을 논의했다.

이 사건은 피고인의 나이가 만 15세로 어리지만 공소사실이 살인으로 매우 중해 형사 재판부로 사건이 회부된 점, 가족 간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유·무죄의 판단만큼 양형 판단 역시 복잡했다.

일부는 “가정폭력에 노출된 피고인의 우발적 범행으로 봐야한다”는 반면 일부는 “동생이 휘두른 흉기에 형이 죽지 않았냐”며 맞섰다. 배심원들은 소년범에 대한 양형 감경 참작, A군의 부모와 담임교사, 부검의, 양형 전문가 등의 증인 신문을 토대로 결론을 모았다.

그림자 배심원으로 참여한 권수영(20·서울대 독어교육과)씨는 “이번 사건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고 시민의 사법 참여가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지은 pje@kado.net

[미니해설] 그림자 배심원
정식 배심원과 같이 재판을 참관하고 평의ㆍ평결을 내리는 모의배심원제도다. 방청객을 가장하여 재판과정을 지켜본다는 의미에서 ‘그림자’라는 용어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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