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밥상 차리니, 가족 건강도 좋아졌어요”
향·맛·약성 지닌 건강식 남편 고혈압 증세 사라져
‘87가지 레시피’ 책 발간
15일 잡초요리학교 개강

▲ 모든 사람이 하찮게 여기던 잡초를 건강식으로 탈바꿈 시킨 고진하(63)·권포근(57) 부부.

“귀하고 비싼것만이 건강식이 아니야. 흔하디 흔한 잡초지만 약성은 그 어느것과 비교할 수 없어…”

잡초(雜草). 우리는 흔히 잡초를 못먹는 풀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고진하(63)·권포근(57) 부부의 손을 거치면 하찮던 잡초도 훌륭한 요리 재료로 탈바꿈 한다.

흥업면 대안1리 승안동마을.

명봉산 줄기 아래 인적도 드문 골짜기, 이곳이 바로 잡초부부인 고진하·권포근 부부가 살고 있는 곳이다. 고진하·권포근 부부는 지난 2009년부터 이곳에 정착해 살고 있다. 잡초 부부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들의 집안 곳곳은 식재료인 잡초가 무성하게 자리잡고 있다.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집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할 정도로 집안 곳곳은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지만 이들에게는 이 곳이 곧 유기농 텃밭이다.

이들 부부가 잡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농작물이 타들어갈 정도로 가뭄이 극심했던 지난 2012년.

“가뭄에 채소 값은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았고 당장 먹을께 없는 거야.그래서 잡초나 뜯어먹잔 생각에 식물도감을 찾아봤지.”

권씨 부부는 이날 이후 식물도감을 펼쳐들고 집 앞에 지천으로 널린 풀들을 유심히 살피고 공부했다.식물과 산야초, 잡초와 관련된 책 수십 권을 읽었고,형태를 제대로 구별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다. 속속이풀, 벼룩나물, 우슬초, 모시퉁퉁이, 질경이, 민들레…. 마당에서 흔하게 봐왔던 잡초들은 모두 먹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이후 부인 권포근씨는 가족들에게 잡초요리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잡초를 무쳐 밥 위에 올린 향긋한 잡초 비빔밥, 잡초 주먹밥, 토끼풀 튀김…. 권씨의 특별한 밥상은 무궁무진했다.

권씨의 잡초 밥상에 가족의 건강도 덩달아 좋아졌다. 남편의 고혈압 증세는 사라졌고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것 같던 어깨 결림과 신장질환 등의 고질병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처럼 잡초의 효능을 몸소 체험한 권씨는 올해 5월 남편 고진하씨의 도움을 받아 잡초를 재료로 한 음식과 디저트 등 87가지 요리 레시피를 담은 요리책 ‘잡초레시피-바구니 끼고 들로 마당으로’를 발간, 잡초의 효능과 약성을 알리는 전도사로 변신했다.

권씨는 “잡초는 저마다 고유의 향과 맛을 지녔을 뿐 아니라 좋은 약분을 갖고 있다”며 “우슬초는 관절질환에 좋고,개망초는 염증완화에 탁월하다”고 말했다.

권씨는 잡초 사랑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오는 15일에는 잡초요리학교를 개강,시민들에게 잡초의 효능을 알리는 한편 직접 요리 시연 등을 진행해 잡초의 새로운 변신을 소개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잡초는 선조들이 먹고 살았던 구황작물이고,가뭄이 심하고 작황이 좋지 않아 채소 값이 오를 때는 가계에도 보탬이 되는 귀한 재료”라며 “흔한 것이 귀하다라는 말이 있듯 마당과 들녘에 널려있는 잡초의 귀함을 시민들에게 알려나가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원주/정성원 jswzokoo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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