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봉순

소설가

며칠 전 신문을 뒤적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창이 들어가서 불편하십니까?’란 제목의 칼럼 때문이었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어 칼럼을 다시 한 번 정독하자 아닌 게 아니라 불편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창이란 동네에 국한해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오해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오해일 것이다. 그렇지만 자기 고장에서 하는 행사에 생뚱맞게 평창이란 이름을 넣어가며 노래하고 싶지 않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구지가’의 배경설화를 보라. 간절한 바람을 담은 집단 무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왕도 맞이하는 법이거늘, 성공적인 올림픽을 위해 우리는 입을 모아 부르고 또 불러야 할 것이다. 집단 무가는 곧 기도고 주술이기 때문이다.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서 십여 년을 올인 한다는 것은 보통의 일이 아니었다. 열두 해 동안 동계올림픽 실사단이 방문하는 겨울이 되면 우리는 두툼한 겨울 파카를 입고 현수막을 펼쳐 들고 실사단이 차를 타고 지나가는 들머리에서 깃발을 흔들면서 환영을 했다. 처음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다녔었는데 어느 해부터는 훌쩍 커버린 아이를 올려다보면서 손을 흔들곤 했다. 평창이 아닌 소치가 선정되었을 때 온종일 군청광장에 모여 낭보를 기다리고 있던 우리는 주저앉아 울기도 했고 꿈처럼 평창이 선정되자 이번에는 기쁨에 겨워 덩실덩실 춤을 추며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리고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다짐했다. 하늘이 주신 이 기회를 백분 살려 세계인이 깜짝 놀랄 정도로 잘 치러 낼 것이라고. 유치하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우리가 몸으로 겪었기에 더 그런 생각을 했다.

성공적인 올림픽을 위해 크게는 경기장 부대시설이나 기관시설을 잘 갖추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사소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들도 우리는 꼼꼼하게 체크를 해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미국 봅슬레이 선수 조니 퀸이 샤워를 하고 화장실 문을 부수고 나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것을 차치하더라도 2014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소치를 다녀온 대부분의 사람은 한마디씩 다 불평을 했다. 숙박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서 잠을 자기 위해 몇 시간을 기본으로 움직여야 했고 행사장이나 밖에서 안내하는 사람들도 얼마나 세월아 네월아 느릿느릿한지 속에서 천불이 날 정도로 답답했다고 한다. 우리는 그리하면 안 될 것이다. 기필코 성공해 경제적인 이윤창출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이 IT뿐 아니라 스포츠와 문화마저 세계 으뜸의 국가로 급부상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평창은 올해를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개최 원년의 해로 삼고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강원도문화도민운동의 일환으로 평창군에서는 ‘굿-매너 평창 문화시민운동’을 만들어 동계올림픽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손님은 아직 가방도 싸지 않고 있는데 벌써 골목을 청소하고 친절한 미소를 연습하고 있다. 친절은 급조되는 것이 아닌 몸에 배 우러나와야 하는 법이니 당연했다. 또 조그마한 면 소재지인 대화에서는 전통음식을 하나 개발해 선보이느라 한창이다. 강냉이 본고장답게 그것을 주원료로 ‘대화 강냉이공이국수’를 탄생시킨 것인데 기존의 메밀국수와는 다르게 구수하고 쫄깃한 식감에 맛도 좋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곳 면 동네는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대화 강냉이공이국수 얘기로 꽃을 피우며 분명 외국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놀라운 맛이라고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가장 평창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이런 모양 저런 모양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미리미리 애를 쓰고 있는 모습에 안심된다. 하다못해 이웃집 손님을 초대해 놓고도 마당을 쓸고 차를 준비해 두는데 세계적인 잔치에 말해 뭣할까. 나는 이참에 외국어를 하나 배울 작정을 하고 있다.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한다면 유리알처럼 매끄럽지는 않더라도 이곳을 찾은 손님들에게 그네들의 언어로 길도 찾아 주고 식당도 안내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손님들은 분명 대접받는 느낌에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을 것이며 나 또한 얼마나 멋질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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