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빨리 만나길… 깨지면 다시 약속하고 만나야”
좁은 열차에서 나·우리 돌아봐
남한 아량으로 북 끌어안아야

▲ 이병무 평양과기대 치과대학원장이 31일 오전(현지시)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광장에서 유라시아 친선특급의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다. 베를린/남궁창성

31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이병무(66·사진) 평양과학기술대 치과대학원장이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광장에 섰다.

지난 15일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한 친선특급 특별열차에 올라 러시아, 벨라루스, 폴란드를 경유해 16박17일의 장정을 마치고 베를린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이 교수는 브란덴부르크문 광장을 가장 먼저 찾았다.

그는 “브란덴부르크문에 처음 와본다”면서 “살아 생전에 판문점이나 평양의 개선문에서 남북 통일을 볼 수 있을지….”라며 말 끝을 흐렸다.

미국 국적인 그는 2007년부터 선교단체와 공동으로 어머니 고향인 함경북도에서 1년에 2번씩 치과치료 봉사활동을 펼치며 북한과 인연을 맺었고, 오는 9월부터는 평양과기대에서 학생들에게 치의학을 강의할 예정이다.

1949년 서울태생인 이 교수는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하고 군의관을 마친뒤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80년대 초반 미 인디아나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귀국했지만 무엇에 끌린듯 1986년 미국으로 다시 갔고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는 지난 5월 유라시아 친선특급 참가자 공모소식을 접하고 이메일로 우리 외교부에 참가 신청을 하면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기적을 울린 북선의 특별열차에 오를 수 있었다.

이 교수는 16일동안 아시아에서 중부 유럽까지 두 대륙을 잇는 1만4400km의 기차여행을 통해 남한의 20대 대학생부터 70대 정치인까지 다양한 남쪽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비좁은 침대칸 열차에서 몸을 부대끼며 여러 분들과 만나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을 나눴는데 나와 우리를 뒤돌아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 교수는 남북 통일과 남북 철도 연결의 당사자인 북한이 빠진 친선특급에서 남과 북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지만 남과 북이 대화를 끊고, 대립하는 상황에서 저의 존재가 양측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남과 북이 화해하고,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면 보람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여행을 마친후 미국으로 들어갔다, 곧 아내와 평양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브란덴부르크문 광장을 한동안 말없이 거닐던 그가 입을 열었다.

“통일을 이룬 독일이 부럽네요. 남북도 빨리 만나야죠. 깨지면 다시 약속해 만나고, 그렇게 해야 합니다. 남한이 큰 차이를 보이는 북한을 아량의 리더십으로 끌어 안아야죠. 현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아쉽다”고 걱정했다.

20여 일 동안 열차에서 한 식구로 지낸 이 교수가 긴 여행을 마치며 남한의 친구들에게 보내는 당부였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광장/남궁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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