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터 뷰] 골프장 사장의 눈물
연매출 90억→30억 마이너스 수익기록
입회보증금 채권단 “내 돈 갚아라” 폭언
[뉴스&기획] 벙커에 빠진 골프장

“당장은 체납 세금을 갚을 방법이 없어요.”

A 회원제 골프장을 찾은 지난 9일 오전 11시. 휴가철을 맞아 주차장이 만차가 될 정도로 손님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직원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A골프장은 올 초 입회보증금(회원권) 채권단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A골프장의 회원 입회보증금 규모는 1100억원, 모 시중은행으로 받은 대출만해도 300억원에 이른다.

법무팀 등 임원들은 회생절차에 대비해 법원과 채권단을 오가느라 자리에 앉아있을 시간이 별로 없다. 본지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골프장 측은 정중하게 거절한끝에 김수철(가명) 대표는 익명을 조건으로 어렵게 입을 열었다.

김 대표는 “운영에 가장 큰 어려움은 객단가(그린피) 출혈경쟁”이라고 말했다.

A 골프장은 2009년 90여억원에 달했던 연매출이 지난해 들어 30억원대로 급감했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를 기점으로 평균 15만원이던 객단가가 대중제 골프장 평일 기준 수준인 6만원까지 내려갔다.

입장객 유치를 위해 회원 동행시 12만원이던 객단가를 2명에 한해 8만원까지 낮췄더니 회원들은 “비회원의 차이가 없다”며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다보니 입회보증금을 돌려달라는 회원들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물품들이 법원에 가압류까지 당하는 처지에 이르게 됐다. 경매에 오른 카트는 어렵게 되찾았지만 호스·펌프 시설은 자금 부족으로 포기해야만 했다.

호스·펌프 대여비로 운영비가 상승했고 직원들 임금은 도내 최저로 하락했다.

채권단들의 “내돈 갚으라”는 폭언은 일상화가 됐다. 이 때문에 최근 프론트 직원 2명이 그만뒀다.

인터뷰 중 김 대표는 골프장내 입점 레스토랑 사장에게 항의전화를 받았다. 골프장이 ‘외부음식 반입금지’임에도 아이스박스에 음식과 음료수를 담은 채 갖고 들어와 필드로 나가는 손님을 봤다며 이를 제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 한 채 차마 제지하겠다는 말을 꺼내진 못했다.

김 대표는 “손님 한명이 아쉬운 입장에서 엄격하게 규칙을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연말에는 회생절차방안의 윤곽이 잡힐 듯 보여 그때까지만 참아보자는 생각으로 힘겹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석 kimhs86@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