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아이디어로 강원문화 새장 펼친다
춘천 플라타너스길 축제 기획·준비·진행 도맡아
유휴공간 활용 방안 제시 강원 문예활동 전국 11위
서울지역 5% 수준 불과 주민중심 구현 노력 필요

‘인디밴드 공연은 홍대에서,축제는 한강 또는 여의도’ 라는 편견에 맞서는 청년문화인력들이 강원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지역의 특색을 살리면서 청춘의 열정을 입힌 문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열심히 군불을 지피고 있는 이들. ‘그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도 문화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문화도시 강원’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본다.

▲ 공연·플리마켓 등으로 구성된 ‘플라타너스 거리에서 무한청춘 페스티벌’ 마지막 축제가 지난 15일 춘천역 옆 옛 플라타너스거리에서 열렸다.


■ 청년문화인력이 보여준 가능성

지난 10월부터 11월까지 춘천역 옆 플라타너스거리에서 특별한 축제가 열렸다.

청춘의 고민과 문제를 문화로 해결해보는 ‘플라타너스 거리에서 무한청춘 페스티벌’이 바로 그 주인공. 세차례에 걸쳐 1박2일 캠핑·강연·플리마켓·공연 등으로 구성된 무한청춘 페스티벌은 청년 문화인력들이 축제기획부터 준비,진행까지 도맡았다.

처음하는 행사라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그동안 춘천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축제를 만들어 냈다.

특히 지역의 유휴공간이었던 플라타너스 거리의 새로운 활용 방안을 제시했으며 청춘들의 문제로 시민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한청춘 페스티벌에 참여한 오석조(29)씨는 “의외로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많아 ‘청춘’을 주제로한 콘텐츠들이 시민들에게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춘천에서도 이런 방식의 축제가 가능하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인력들이 많이 있음을 알리는 자리가 됐으면 했는데 그 점 역시 잘 나타난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주한빈(26)씨는 “청년들의 가능성과 한계를 미리 한정짓는 기성세대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축제를 기획했다”며 “취업·연애 걱정을 유희적으로 즐기면서 단순히 힐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주민의 일상에서 살아 숨쉬는 문화를 구현하기 위한 오픈 더 아트(김민경·반다경·이원일·이강현)의 활동도 인상적이다.

오픈 더 아트는 지난 1년간 한 달에 한 번씩 카페 등 시민들의 일상 공간을 찾아가 음악을 선사하는 ‘데이지 오선’을 비롯해 지역 중심지에 피아노를 설치해 시민들에게 공연기회를 제공했던 ‘달려라 피아노’,이전한 학교 담벼락을 페트병에 담긴 식물로 장식한 ‘한 뼘 공중 식물원’ 등을 기획해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한 뼘 공중 식물원’은 지역주민 180여 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으며 이후 두 달간 지역 주민들이 자신의 정원처럼 아끼고 가꿔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다경(28)씨는 “식물들을 정성껏 관리하는 주민들을 보면서 우리가 꿈꾸는 ‘일상 속 문화’가 그렇게 어렵지 않음을 알게됐다”며 “앞으로도 생활문화,공공문화에 대한 기획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경(35)씨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중에는 서울 못지 않은,오히려 그 이상의 실력을 지닌 팀들이 많다”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주눅들 필요도 없고 서울에서 활동한다고 우쭐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 지난 5월 춘천 공지천 메타세콰이어 길에서 열린 데이지오선 ‘연두가 주는 기쁨’ 공연 모습.

■ 강원 문화예술 활동 하위권

청년문화인력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활동들이 지역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지만 여전히 강원도의 문화예술 활동은 전국 17개 시·도 중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간한 ‘2015 문예연감’의 2014 지역·분야별 예술 활동 현황을 살펴보면 강원의 경우 △문학 23 △시각예술 324 △국악 37 △양악 161 △연극 144 △무용 18건으로 총 707건을 기록,전국 11위에 그쳤다.

서울은 △문학 6265 △시각예술 7533 △국악 636 △양악 3672 △연극 1212 △무용 528 등 총 1만9846건으로 강원보다 28배 더 큰 규모를 자랑했다. 이는 지역·분야별 예술활동지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강원도는 △문학 0.4 △시각예술 4.3 △국악 5.8 △양악 4.4 △연극 11.9 △무용 3.4 등 총 30.2점으로 조사됐다.

서울의 각 분야를 100점으로 산정해 서울 합계를 600점으로 계산했을 때 강원도는 서울 예술활동지수의 5%에 불과하다.

■문화인력 네트워크 강화·장기계획 절실

청년문화인력들이 지역에서 자리를 잡고 지역문화 활동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문화인력들간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협력 프로젝트를 개최,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나 중앙정부에서 문화인력들을 양성해 지역으로 배치시키는 구조에서 탈피해 지역주도,예술가·주민 중심의 축제를 만들어 시민들이 일상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을 구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지자체에서 1년 단위의 예산을 배정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3년~5년 등 장기간에 걸쳐 문화예술 콘텐츠를 단계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주민들의 성향을 파악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문화예술 아이템을 발굴하고 이를 문화인력 개인과 단체의 지향점과 연계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지역에 사라져가는 공간을 재발견하고 새로운 활용방법을 제시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다.

2010년 화천 이주 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공연창작집단 뛰다 관계자는 “지역이 수도권에 비해 인구가 적은 단점이 있긴 하지만 오히려 그동안 해보지 않은 시도를 많이 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예술가들의 창작과 생존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현 tpgu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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