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 글로벌 무대 강원도 힘·가치 실현”
[창간 23주년 특집] 평창, 문화를 말하다

송승환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은 강원도 문화를 세계에 녹여 내기 위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봉평 메밀꽃밭의 흐붓함과 정선아리랑 곡조에서 ‘동(動)을 살리는 정(靜)적인 가치’를, 강릉 단오제와 춘천마임축제를 이어온 힘에서 지역문화 발전의 잠재력을 봤다고 했다. 송 감독은 지난 19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송정록 본사 정치경제부장과 2시간 가까이 단독 대담을 가졌다. 대담 내용을 정리한다.
 

▲ 송 감독은 지난 19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송정록 본사 정치경제부장과 2시간 가까이 단독 대담을 가졌다.


-총감독으로 인선된 후 4개월이 지났다.

▲ 송승환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

“개폐회식의 컨셉·주제·구성안을 연말까지 만들어달라고 해서 작가들과 그 작업을 했다. 주요 스탭들도 인선했다.”

-개폐회식의 대략적인 컨셉은 잡았는가.

“ 최종적으로 결정된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잡혔다. 연말쯤되면 정확히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개폐회식장이 직사각형에서 오각형으로 설계된다는데 연출하기가 수월할 지 모르겠다.

“공연을 하기 좋은 설계였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오각형으로 설계하고 있다. 다섯대륙이 모여서하는 오륜의 의미,음양오행설의 5, 오감(五感). 5라는 숫자가 동양과 잘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새로짓는 공연장인만큼 하부구조를 만들어 다채로운 연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개폐회식의 트렌드가 와이어 등을 써서 상부를 활용하는 것인데 하부도 활용할 수 있다는게 연출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기도 하다.”

-런던 개폐회식이 다른 곳보다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둔 것은 결국 비틀즈나 레드제플린 등 영국다운 문화의 힘 덕이었던 것 같다. 평창답다, 이런 것을 어느 부분에서 찾아야하나.

“런던답고 소치답다기보다는 영국답고 러시아다웠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물론 평창과 강원도가 중요하지만 대한민국 전체의 가치도 중요하다, 대한민국이 2018년에 갖고 있는 국가브랜드와 이미지, 세계에 뭘 보여줘야하고 뭘 보고싶어할 지 고민 중이다.”

-한국적인 것 보다 글로벌한 부분에 더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기 소르망이 88올림픽을 보고 너무 민속쇼같다고 했다고 한다. 한복을 입더라도 더 세계적이고 세련된 감각의 한복이 필요한거고, 전통을 보여주되 외국인들이 이질감을 느끼지않고 공감하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것을 보여주되 외국인들이 낯설어하지 않게 하자는 의미에서 글로벌을 얘기한것이다.”

-개폐회식 예산은 1000억원 정도라고 하던데

“조직위에서 잡아놓은 예산이다. 1200

억원 정도 필요한걸로 알고 있다.”

-개폐회식장과 개폐회식 행사에 2000

억원이 넘는 돈을 사용하는 것인데 국민들이 납득할 지 모르겠다.

“돈은 물론 아껴써야한다. 그러나 돈을 안쓸데 쓰는 걸 막아야지 꼭 필요한데 쓰는 것을 줄여서는 좋은 개폐회식을 할 수없다는 걸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인천아시안게임이 카메라를 40대 썼다고 하는데 소치는 120대를 썼다. 그 퀄리티 차이는 3분의1이 아니라 30분의1 이상 날수밖에 없다.”

-강원도는 아무래도 개폐회식에 강원도적인 가치를 어떻게 집어넣느냐가 관심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공부 중이다. 강원도는 지역적 특색이 매우 강하고 지역마다 독특한 문화행사를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 춘천 마임축제에 관심이 많고 강릉 단오제, 정선아리랑 등 여럿 있는데 다 올림픽에 넣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강원도 전통문화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것과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 서로 융합할 요소가 많을거라고 본다.”

-강원도 문화는 주류에서 다소 소외받았다. 이를 개폐회식이나 올림픽을 통해 드라마적 소재로 확장하거나 국제화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도 있겠다.

“저는 끈질긴 생명력이 강원도의 힘과 가치가 아닌가 생각했다. 모든 인류가 자연환경이 좋은 곳을 최고의 공간으로 꼽고 있기 때문에 강원도는 이제 각광받을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산과 바다, 강, 맑은 공기, 이런 것들이 평창올림픽을 통해 알려졌으면 좋겠다.”

-정선아리랑만 해도 굉장히 정적이다. 어렵지만 이런 요소들이 행사 이미지에 스며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할 것 같다.

“88올림픽 때 태권도와 화려한 춤 등 동적인 씬이 많은 가운데 굴렁쇠 소년이 하나 나타난 것이 정적인 씬을 보여 주었다. 이번에도 동적이고 에너제틱한 것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靜(정)이 있어야 動(동)도 산다고 생각한다. 굴렁쇠소년이 주었던- 정적이면서도 의미가 있었던 이미지를 정선아리랑 같은 소재들이 줄 수 있지 않겠나 싶다.”

-그런 의미들이 장면과 장면들을 연결하면서 숨을 고르게 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겠다.

“그렇다. 영화 서편제의 롱테이크샷을 다들 아시지 않는가. 또 얼마전 메밀꽃축제에서 본 메밀꽃밭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의 모습. 정선아리랑의 곡조, 이런 것들이 제게는 잘 매치가 되더라. 이런 정적인 씬들이 강원도의 가치를 잘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원도의 경우 올림픽 붐업을 넘어 문화나 음식, 공예품 등 각 분야에서의 킬러컨텐츠들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강원도에서 하더라도 글로벌 감각이 있는 사람들과 코웍(co-work·협력)을 해야 좋은 퀄리티가 나올 것이다. 지역안에서만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셔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올림픽을 통해서라도 강원도 문화에도 외부의 충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과 지역의 문화격차 그것은 관객의 경험 차이라고 생각한다. 관람 기회가 많았던 분들은 문화를 향유하는 법에 익숙한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지역간 문화 격차가 심각하다. 전체적으로 우리나라가 더 발전하려면 이러한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평창올림픽에 대한 붐업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왕 동계올림픽을 하기로 했으면 잘 해야하는 것 아닌가, 왜 사방에서 문제점만 지적하고 있지 하는 생각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한다. 이제는 최선을 다해 돈들어간 것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총감독으로서는 개폐회식이라는 것이 전세계 수억명에게 대놓고 알릴 수 있는 2-3시간 CF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한국처럼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올림픽과 개폐회식 공연을 통해 국가브랜드와 이미지, 메이드인코리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수 있다면 가치있고 의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리/김여진


[주요 약력]
·1957년생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
·PMC 프로덕션 예술총 감독
·성신여대 융합문화예술대학 학장
·뮤지컬 퍼포먼스 난타 총지휘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