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전국 200여명 적발

글·제목 등 바꿔 출간

유죄 확정땐 퇴출 전망

이른바 ‘표지갈이’ 수법으로 책을 낸 전국의 대학교수 200여명이 검찰에 입건된 가운데 강원도내 국·사립대 교수 20여명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교수들의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 각 대학의 재임용 심사에 선고 결과가 반영됨에 따라 대규모 교수 퇴출 사태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권순정 부장검사)는 남이 쓴 책을 표지만 바꿔 자신의 저서로 출간한 표지갈이 수법으로 책을 내거나 이를 눈 감아준 혐의(저작권법 위반,업무방해)로 전국 50여개 대학교수 200여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은 또 교수들의 범행을 알면서도 새 책인 것처럼 발간해 준 3개 출판사 임직원 4명도 함께 입건했다.

검찰에 따르면 입건된 200여명 중 도내 4개 국·사립대 교수 20여명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교수 200여명에 대해 소환조사를 마쳤으며 적발된 교수 90% 이상이 이공계 전공 교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교수들은 전공 서적 표지에 적힌 원저자명을 자신의 이름으로 바꾸거나 한두 글자를 추가,책 제목을 바꾸는 수법으로 새 책을 출간한 혐의다.

또 기존 저자인 교수들은 자신의 책이 표지갈이를 통해 불법 제작·유통되는 사실을 알면서도 출판사나 동료 교수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입건된 교수들은 대체로 1인당 1권 정도의 전공서적을 표지갈이를 통해 출판했지만 일부는 3~4권까지 펴낸 것으로 확인됐다.

교수들은 대학 재임용 심사를 앞두고 연구 실적을 남기기 위해 이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출판사는 비인기 전공 서적의 재고 처리를 위해 표지갈이를 적극 활용하고 일부 교수는 제자들에게 자신이 표지갈이를 해 출간한 전공 서적을 팔아 인세를 챙긴 것으로도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김영종 의정부지검 차장검사는 “입건된 교수들 200여명 중 강원도내 4개 국·사립대 교수 20여명이 포함됐다”며 “내달 중순쯤 기소할 방침이다. 1980년대부터 대학가와 출판업계에서 공공연히 행해져 온 표지갈이가 대규모로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박지은 pj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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