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으로 가족과 멀리 떨어져 생활하던 대학 1학년, 한학기를 보낸 후 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왔다. 대문이 열리는 소리에 마루에 앉아계시던 어머니는 부리나케 뛰어와 아들을 얼싸안고 얼굴을 쓰다듬고 눈물을 훔쳤다. 뒤늦게 알았지만 어머니는 아들을 보는 반가운 마음이 앞서 맨발로 마당을 뛰어오느라 발이 온통 흙투성이었다. 어머니는 마루에 차려진 밥상의 머리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는 아들을 보고서야 마당 한쪽 수돗가에서 발을 씻으시고 아버지가 건낸 슬리퍼를 신으셨다.

80년대 대학을 다닌 기자의 어머니 신발에 대한 단상이다. 어머니의 당시 맨발과 신발은 가족들에 대한 ‘무한 희생’으로 두고두고 기억에서 꺼내지곤 한다.

‘1인 가구’,‘고독사’,‘이혼’,‘조손가정’ 등 ‘가족 해체’현상을 알리는 각종 사회 문제가 하루가 멀다하고 전해지는 지금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주는 행복감은 그래서 더 변하지 않고 소중하게 다가온다.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이 큰 인기를 끈 것도 그렇다.

이 드라마는 우리 사회가 남을 이기는 데에만 몰두하느라 잃어버린 ‘가족애’를 일깨워줬다.

‘응팔’의 주인공들은 서민적 삶을 살지만 서로 위하는 가족애와 우정이 있어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모았다.

많은 이들이 ‘응팔’에서 경쟁에 내몰려 고단한 삶을 사느라 잊은 ‘인간(관계)지향적인 삶’을 발견하고 대리만족한 것이다.

여기 민족대명절 설을 맞아 4대가 모인 ‘대가족’ 집이 있다. 3대가 모여사는 가장 보편적인 가정 유형마저 사라지는 요즘, 명절을 맞아 모처럼 모인 4대가 툇마루 돌섬에 벗어놓은 신발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가족은 ‘힘’이다. 이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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