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물량 늘어도 고객 기뻐하는 모습에 보람
김민율·한혜교(이상 가명) 부부 설 택배 동행기

▲ 4일 오후 춘천 퇴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김민율씨 부부가 화물차에 실린 물건을 구역 별로 분류하고 있다.

“203동 1004호 맞으시죠? 택배입니다.”

4일 오후 3시 춘천 퇴계동의 한 주택가. 앳돼 보이는 젊은 부부가 아파트 단지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었다.

바로 ‘배송전쟁’으로 불리는 명절 택배시장에 뛰어든 김민율(35)·한혜교(29·이상 가명)씨 부부다.

김 씨 부부는 아파트 14층까지 물건을 배달한 후 시간을 아끼기 위해 1층까지 뛰어 내려왔다. 하루에도 수십차례 같은 일이 반복됐다.

4년째 택배 업무를 하고 있는 김씨는 일을 시작한 뒤로 몸무게가 20㎏ 이상 빠졌다고 한다.

이날 그가 배달할 물건은 400개가 넘었다.

1t 화물차 1대 분량으로 평소보다 100개 이상 많은 양이다.

그는 “한 개라도 더 배송하면 그만큼 수익이 올라가니까 쉴틈이 없다”며 “명절 때는 물량이 2배정도 많기 때문에 더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김 씨의 배송 품목에는 설을 코앞에 두고 있어서인지 한우와 과일세트가 많았다. 또 TV,화장품,옷,선물세트도 눈에 띄었다.

“없는 거 빼고는 정말 다 택배로 부칩니다. 살아있는 닭,강아지,애벌레도 배달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쉼없이 움직이던 그가 한 가정 집 앞에서 갑자기 숨을 죽였다. 그는 “여기는 아이가 있는 집이라 초인종을 누르면 안 된다”며 “택배를 오래하다보니 동네 집안 사정을 조금씩 알게 됐다”고 말했다.

남편을 돕고 있는 아내 한씨 역시 이제는 베테랑 택배기사가 다 됐다. 김씨처럼 최근에는 맞벌이 택배기사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배달은 밤 10시가 다 돼서야 끝이났다.

김 씨는 “배송을 하다보면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는데 택배왔다고 하면 기뻐서 환호성을 지른다”며 “그런 모습을 보면 누군가 기다리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을 마친 김씨 부부의 얼굴에서는 지친 기색과 함께 뿌듯함이 전해져왔다. 강정규 k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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