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발전 넘어 문화 깃든 ‘공동체 농장’이 꿈”
파로호 평온함에 매료
간동면서 인생 2막 시작
세계 50가지 품종 중 지역 적합 품종 찾아
와인·쿠키·발효식초 가공산업이 성장 열쇠

▲ 화천 블루베리 농장 ‘채향원’ 대표인 김응수씨가 자신이 직접 개발해 출시한 블루베리 가공식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화천/최원명

“지금도 그 맛을 잊을 수 없네요.”

파로호가 내려다 보이는 청정지역 화천 간동면에서 블루베리 농원 ‘채향원’을 운영하는 김응수(59) 대표.

그는 20년 전 처음으로 맛 본 블루베리에 대한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대학교수 재직시절 토양 미생물 마케팅의 프로젝트 과제를 위해 우리나라의 농촌진흥청에 해당하는 러시아 농업과학아카데미를 방문할 때였다. 연구소 주변 들녘에는 검은 열매가 달린 나무들이 빼곡했다.

이를 본 김 대표가 호기심을 보이자 러시아 관계자들이 손수 열매를 따서 그의 입속에 넣어 주었다. 블루베리였다.

회의가 시작됐는데도 김 대표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블루베리의 달콤함이 맴돌았다. 회의가 끝난 뒤에는 프로젝트 내용보다 블루베리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고 러시아 연구원들은 호텔로 향하는 그에게 블루베리를 선물하기도 했다. 김 대표와 블루베리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김 대표가 본격적으로 블루베리 재배에 나선 건 이로부터 10년이 지나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서울에 거주하던 그는 애지중지하던 딸이 대학 입학으로 떨어져 지내게 되자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지인과 함께 자주 화천 파로호를 찾아 낚시를 즐겼다.

평온한 호수에 수려한 경관,인정 넘치는 주민들에게 매료된 그의 뇌리에 블루베리가 스쳐 지나갔다.

김 대표는 다시 러시아 지인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하는 등 본격적인 블루베리 재배 준비에 착수했다.

지난 2005년 땅을 매입한 김 대표는 전세계 300여개의 품종 중 지역의 기후,토양 조건 등 각종 데이터를 근거로 50종의 품종을 추천 받아 일본,독일,러시아에서 육묘를 수입해 시행착오 끝에 지역에 가장 적합한 품종을 찾아냈다.

이 시기만 해도 국내에 블루베리 재배농가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강원도에서는 김 대표가 처음이었다. 수익도 괜찮았다. 블루베리가 소위 ‘돈이 된다’는 소문을 접한 주민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밤늦은 시간에 화천군청 공무원이 막걸리를 들고 찾아와 지역의 농가들도 블루베리를 재배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면서 허락할 때까지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어떨 결에 승낙을 했지만 김 대표의 마음은 무거웠다. 일말의 책임을 져야 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강원도는 물론 화천지역을 위해 블루베리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를 놓고 해외 사례를 찾기 시작했다. 해법은 가공산업이었다.

김 대표는 2010년 시험제조를 거쳐 다음해에 블루베리 와이너리를 준공,본격적인 와인 생산에 들어갔다. 이어 수제쿠키,발효식초,소금 등 블루베리 원료의 다양한 가공제품을 선보였다. 교수직과 한국블루베리협회 사무총장직을 과감히 정리하고 제품의 상품화에 주력,지난해에는 식초음료 ‘마이 블루(My Blue)’를 시판한 데이어 올해 들어 베트남 수출을 시작으로 홍콩 진출에도 성공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투자가 이제 결실을 얻고 있다”면서 “내가 만든 제품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홍콩,그 것도 최대 쇼핑몰인 IFC몰에 입점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흐뭇해 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목표는 단지 수익창출이 전부가 아니다. 그가 이루려는 꿈은 궁극적으로 공동체 농장이다. 이를 위해서 문화가 접목된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대기업과 대학에서 평생 마케팅에 종사했다는 그는 “1차 산업의 농작물이 부가가치를 내려면 제품이 되어야 하고 제품의 부가가치는 문화가 만들어 낸다”며 “농장을 시작할 때만 해도 호기심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거꾸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블루베리 수확기인 내달 9일 농장에서 수확체험과 음악회를 열고 가을에는 블루베리 김장담그기 등 연중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등의 문화마케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화천/최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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