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악산 대청봉

설악산 대청봉은 속초시와 양양·인제군 가운데 어느 곳에 속할까?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을 놓고 3년 전 벌어진 설악권 3개 시·군 갈등이 양양군의 행정구역 명칭 변경 추진을 놓고 재연되고 있다.

더욱이 이번 갈등은 지역통합 문제 등을 놓고 서먹한 관계가 유지돼온 설악권 시·군이 번영회를 중심으로 지역 현안 해결에 힘을 합치자는 화합 분위기가 조성돼 가는 시점에서 불거져 앞으로 어떻게 봉합될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30일 양양군에 따르면 지역의 서쪽에 있는 서면은 단순한 의미의 방위적 개념에서 붙여진 이름에 불과해 주민들 사이에서 교체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양양군은 올해 초 서면 지역 주요인사 15명으로 구성된 '행정구역 명칭변경 추진위원회'를 결성한 뒤 주민토론회와 설문조사를 한 결과 75%가 명칭변경을 찬성하고 대청봉면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양군은 조례개정과 입법예고, 의회승인 등을 거쳐 명칭변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청봉을 접하는 속초시와 인제군에서 우려했던 반대기류가 형성돼 양양군의 계획추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접 자치단체가 이의를 제기하면 문제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인제군의회는 지난 29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설악산 대청봉은 전통적으로 속초·양양·인제가 공동으로 점유하고 있었으나 양양군은 2013년 양양군 서면 오색리 산1 번지로 지번을 변경해 독점적으로 점유했고 1986년에는 '양양이라네'라는 비석까지 세우며 점유를 주장하다 최근 국립공원으로부터 철거를 당하는 해프닝까지 벌였다"며 "이러한 이기적 발상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제군의회는 "양양군의 행정구역 명칭변경 추진은 설악권 4개 시·군이 그동안 추진해온 공동번영을 위한 공조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끝까지 서면의 명칭을 대청봉면으로 변경을 획책한다면 3만3천여 인제군민이 총 궐기하는 것은 물론 속초, 고성 등 인근 지자체와 공동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속초지역에서도 의회나 시민·사회단체의 공식적인 입장발표는 아직 없지만, 양양군 서면이 대청봉면으로 변경됐을 때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에 대한 검토와 함께 반대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청봉이 한 자치단체의 행정구역 이름으로 사용되고 이에 대한 배타적 권리가 주장될 때 자칫하면 인접 자치단체는 관광홍보 등에 대청봉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속초시와 양양, 인제군은 지난 2013년 3월에도 대청봉을 놓고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당시 갈등은 양양군이 서면 오색리 산1-24번지던 대청봉 지번을 서면 오색리 산-1번지로 고치면서 발생했다.

양양군이 대청봉 지번을 고치자 인제군과 속초시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처럼 대청봉을 놓고 인접 시·군의 갈등이 반복되는 것은 대청봉을 중심으로 속초와 양양, 인제군이 맞닿아 있는 데다가 경계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청봉에 대해 양양군은 서면 오색리 산-1번지, 속초시는 설악동 산1-1번지, 인제군은 북면 용대리 산12-24번지의 각각 다른 지번이 부여돼 있다.

이에 대해 지역에서는 정확한 측량을 통해 대청봉이 어느 시·군에 속해 있는지를 가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면적이 상당한 대청봉을 3개 시·군이 공유한 상태에서 정상 꼭짓점을 점유하는 자치단체가 배타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지역명에 대청봉을 사용할 수 있는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도나 시·군의 명칭과 구역변경에는 국회의 동의(법률 개정)를 얻어야 하지만 기초지자체에 속한 읍·면·동의 명칭변경은 해당 자치단체의 조례개정만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인접 자치단체가 문제를 제기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지난 2012년 경북 영주시가 단산면을 소백산면으로 명칭을 변경하려 했으나 소백산과 지리산을 낀 인근 지자체의 반발로 중앙분쟁조정위원회까지 갔던 사례가 있다.

당시 조례까지 개정해 공포한 영주시는 인접 자치단체와 갈등 등을 이유로 중앙분쟁조정위원회가 명칭변경을 허락하지 않자 같은 해 7월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현재 지난 23일 최종 변론이 진행됐으며 최종 선고만 남겨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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