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100주 선종 10주 기념
1940∼50년대 상황 담아

 

강원도에서 선교활동을 하며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몸소 체험한 필립보 크로스비(한국명 조선희·1915∼2005) 신부.

조 신부는 태평양 전쟁(1941∼1945) 중이었던 1941년 일본군에 체포돼 연금을 당하고, 6·25 직후에는 공산군에 체포돼 2년 10개월 동안 포로 생활을 하며 전쟁의 고통을 온몸으로 체험한 푸른 눈의 선교사다. 그때 경험을 수기 형태로 기록한 책이 1955년 호주에서 영어로 발간됐으며, 50여 년만인 2003년 ‘기나긴 겨울’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어 번역본이 출간됐다.

절판돼 서점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이 책이 13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왔다.

조 신부가 설립한 겟세마니 피정의 집(원장 신호철 신부)이 조 신부 출생 100주년·선종 10주기(2015년)를 기념해 최근 ‘기나긴 겨울(사진)’의 재판을 펴냈다.

조 신부는 1915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나 1939년 아일랜드 성 골롬반 신학교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이듬해인 1940년 26세의 나이로 한국 땅을 찾아 춘천지목구의 홍천본당 보좌신부로 부임해 춘천교구의 농촌 본당에서 어려운 도민들을 위해 수도자로 평생을 봉헌했다.

그는 우리 민족의 격동기를 함께 겪었다. 선교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일제에 의해 연금을 당하거나 강제노역에 시달려야 했으며 해방 후 한국전쟁 당시에는 인민군에 이끌려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에 허덕이며 압록강을 넘나드는 ‘죽음의 행진’이란 피난길을 걸어야 했다.

김운회 춘천교구장은 서문에서 “주저앉고 싶었던 고난의 시절을, 이방인이었던 조 신부님은 철저하게 십자가를 지고 사셨다”면서 “그분의 삶이 우리 모두의 부족한 믿음을 깨우치고 북돋우는 내면의 종소리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안영옥 okisoul@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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