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65일 엄마의 손맛같은 된장 만들기에 푹 빠졌죠”
2006년 국내 정착 후 전국돌며 장맛 비결 터득
2010년 태백 절골로 이사
‘진록정’ 브랜드로 유명세

▲ 2010년 태백 절골로 이사온 후 본격 된장 만들기에 나선 허진 씨가 장독을 살피고 있다.

허진(51)씨는 탈북 1호 ‘된장 명인’이다.

함경북도 무산군이 고향인 그녀는 지난 2006년 2월 대한민국에 정착한 이후 2010년부터 태백과 인연을 맺었다.

현재 그녀는 향토음식을 연구·조리하는 요리연구가이자 음식점 대표로 활동하며 톡톡히 유명세를 타고 있다.

북한에서 손맛 좋기로 유명했던 허씨는 자신의 음식특기를 적극 살려 TV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제2의 성공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허씨와 된장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된장찌개는 밥상에 항상 오르는 북한의 대표 음식인데 한국에서는 된장찌개를 잘 해먹지도 않고 맛도 뛰어나지 않았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게 된장이었는데 한국에서는 대부분 사다 먹었다.

허씨는 “한국에서는 생선과 고기 등 기름진 음식들에 밀려 된장국이 인기가 없는 것 같아 엄마의 손맛 같은 된장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인연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메주콩을 푹 삶아 메주를 만들고 물엿 대신 설탕을,보리쌀로 식혜를 만드는 등 그녀만의 된장 레시피가 탄생했다.

된장을 탈북민교회 성도들에게 무료로 나눠준 후 여기저기서 구매행렬이 이어졌다.

그녀는 된장을 상품화하기로 하고 전국을 돌며 유명 장을 찾아 맛보고 시골 어머니들에게 장맛 비결을 배우는 등 된장녀(?)의 길로 본격 들어섰다.

된장은 무엇보다 자연발효가 중요한데 서울의 좁은 단칸방에서 작업을 하는데는 한계가 있어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지난 2010년 일기와 기상·기후조건이 좋은 태백 절골로 이사를 해 본격적으로 된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태백산 기슭의 양지바른 곳에 1개,2개 장독을 차리기 시작한 것이 지금은 셀 수 없을 정도가 됐다.

그녀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공부에 열중해 국내에서 최고의 장맛을 가졌다는 호평을 듣고 ‘진록정’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된장과 간장,고추장,청국장 등 전통장류를 온·오프라인에서 판매하며 없어서 못팔 정도로 매진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파주인삼요리경연대회 장려상,태백향토요리경연대회 최우수상,정선곤드레요리경연대회 대상,MBN 한식대첩 만두·복달임(초복,여름철 보양식) 부문 1등,강원도특산물 박람회 1등,한국음식박람회 2등상 등 모든 상을 휩쓸고 있다.

그녀의 이름과 요리실력이 입소문을 타 방송사 요리프로그램 섭외 1순위로 꼽히는 등 태백은 물론 전국구 유명인사가 됐다.

허씨는 주특기인 한식을 비롯 양식,일식 등의 자격증에다 식품요리,아동요리교육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전문적 지식을 쌓기 위해 강원관광대 호텔외식조리과에 입학하고 잠이 부족할 정도로 신메뉴개발에 정성을 쏟는 등 1년 365일을 요리와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엄마의 손맛 같은 집밥을 제공하기 위해 태백에 음식점을 오픈,지역 대표 맛집으로 명성을 얻고있다.

허씨는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속이지 않고 정성껏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며 “잊혀져가는 전통식품을 소개하고 많은 이들에게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태백/김우열 woo96@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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