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태

강원기독문인회장

수필가

‘소리를 조화롭게 결합하여 음성이나 악기를 통해 사상이나 감정을 나타내는 것‘을 음악이라 한다. 내가 아는 짧은 지식이다. 음악을 좋아하나 음정 박자를 맞추지 못하고 음치는 아니나 내 노래를 듣는 이들이 피곤해 할까 염려되어 속으로 웅얼거리니 ‘음악회’에 가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이다. 이런 성품의 내가 격조 있는 음악제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더위를 무릅쓰고 다녀왔다.

해마다 열리는 강원문화재단 주최 ‘제13회 평창 대관령음악제’ 티켓을 구하여 입장하였다. 금년 주제가 ‘BBB 자로… 불멸의 클래식: 바흐,베토벤,브람스,그리고~’ B자로 시작되는 이름의 고전 작곡가 20여명의 곡을,세계 각국의 유명음악가를 초청하여 연주한다는데 매력을 갖게 되었다.

8월3일 밤 저명연주가 시리즈 여덟 번째 날, 자리에 앉으며 클래식의 기본도 모르는데 지루해서 졸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두루 살펴본다. 알펜시아 콘서트홀을 가득 채운 청중은 엄숙하고 경건하였고,은은하게 부드러운 조명으로 꾸민 무대분위기가 차분하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합주 Bruni의 곡, 음색이 곱게 흐른다. 이어서 여섯 사람의 첼로리스트가 아름다운 소리를 같이 내는 첼로 앙상불,혹시 다른 음색이 섞여나지 않을까? 그렇지 않았다. 얼마나 멋진 하모니(Harmony) 였는지! 청중의 박수가 뜨거웠다.

휴식 후,국제적 한국의 인물,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예술 감독의 바이올린과 캐빈 캐너의 피아노협주곡이 연주된다. 라고 뒷자리의 젊은 남녀가 속삭이는 말을 들으며 연주에 취한다. 웅장하게,힘 있게,진취적으로,때로는 아슬아슬하게,바이올린 현을 끌어당기는 손놀림이 신기에 가깝다. 예순 아홉 살 나이에 저럴 수가? 박수,기립박수,앵콜,열광의 시간이 지나 다음 순서가 이어진다.

‘베토벤의 7중주 E 플랫 장조‘ 라는 소리가 옆에서 들린다. 바이올린,클라리넷,비올라,첼로,바순,현(뿔피리)등 7명의 악기가 한목소리를 낸다. 조화롭다,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음률 음색을 내며 화합 음을 만드는 솜씨가 경이롭다. 고전음악을 재현하는 연주자의 정열과 재능,숨소리 하나 없이 조용하게 감상하는 음악 애호인 들의 자세를 보면서 감동했다.

콘서트홀을 나서며 올려다보는 여름 밤 하늘은 맑다. 알펜시아 전망대는 2018년 동계올림픽 성공개최를 다짐하며 서 있다. 오늘밤 음악 감상을 하는 청중의 자세와 의식에서 나도 문화인의 자질을 갖추게 되었다는 자부심을 가지면서 음악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예술을 감상하고 관람하는 강원 도민 모두가 오늘처럼 질서정연하게,멋진 일에 열광의 박수를,진행 중에는 진솔하게,고요 속에서 음미하며 성숙한 문화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