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난 사람] 추혜선 국회의원

 

한국언론 자본 의존도 높아 정치권력 배제 시스템 필요
현 정치권 학벌주의 발목… 고졸 학력에도 자부심 느껴
개헌, 공동의제 설정 우선
도 연고 의원, 현안 해결 노력


정의당 추혜선(45) 국회의원은 두개의 명찰이 있다. 언론개혁 운동가와 강원도 대표 며느리다. 추 의원은 지난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을 찾은 본지 남궁창성 서울본부 취재국장 등 취재진과 2시간 가까이 도시락으로 점심을 대신하며 고졸 출신의 여성으로 우리 사회의 유리천장을 깨며 국회에 입성한 짧지만 굵은 삶의 행로와 젊음을 바쳐 일궈온 언론개혁에 대한 소신을 풀어냈다.또 도출신과 도연고 국회의원의 막내로서 도 현안을 깨알같이 촘촘히 챙겨 도민들의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대담=남궁창성 서울 취재본부국장

-20대 국회가 국민들의 많은 기대를 안고 출발했다. 요즘 추 의원의 고민은 무엇인가.

“언론과 싸우는 정치인이나 국회의원은 뒤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잘 싸우고 산산히 산화하려는 각오로 국회에 왔다.그런데 당원들의 요구는 다르다.지역구를 잡아서 꼭 재선에 성공하라는게 당의 바람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당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현직에 있는 의원들이 재선에 성공하는 것이다.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을 내 놓는 것 역시 지역구와 연결되기 때문에 고민중이다.”

-국회에 입성한지 3개월 가량 돼 간다. 국회의원 생활은 어떤가.

“국회에 와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조급함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것이다.정치는 상대가 있고 또 설득의 공간이다.설득을 위해서는 ‘준비를 잘 해야한다’는 생각을 한다.바깥에 있을때는 명분과 확신만 있으면 고집스럽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런데 생물인 정치현장에 와보니 바깥 생각은 너무나 아마추어적이었다.”

- 20년간 언론개혁에 몸담아 왔다. 언론운동에 투신하게 된 계기는.

“1991년쯤 광주에서 노동운동가들과 함께하게 됐다.진보정당과도 인연을 맺게 됐다.어렸지만 언론이라는 공간이 너무 신선했다.그 때 서울에서 신문 모니터가 활발했는데 그걸 받아보면서 지역방송의 모니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부를 많이 했다.내부의 변화도 이끌어 내고 그게 중앙에서 평가가 돼서 (당시) 권영길 위원장이 간사 하나 잘 뽑으면 이렇게 변한다는 칭찬도 많이 들었다.”

-한국언론의 문제점도 깊이 들여다 보고 있을 것 같다.

“자본의 의존도가 높아졌고 정치권력은 항상 ‘집권하면 언론은 우리 것’이라는 착각을 하는 것 같다.정치권력에게 언론은 달콤한 사탕인데 언론만 가지면 영구적으로 집권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제도적으로 언론은 정치적인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된다.또 자본이 장악하지 못하게 의존도를 철저히 배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단순함이 오히려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복잡한 이해관계와 기술변화 등이 자본과 권력에 의존하는,정의롭지 못한 논리들을 자꾸 정당화시키고 있다.언론 내부에서도 진정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국민의당 채이배 의원 등과 ‘따뜻한 미래를 위한 정치기획’ 모임을 만들어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는데.

“정말 따뜻한 사람들이 모였다(웃음).복지를 연구하는 모임이다.유토피아를 꿈꾸고 있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양극화된 사회에서 복지가 답이다.최근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등 북유럽을 다녀왔는데 복지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다.사회구조는 다르지만 국가를 세우는 철학적 기반이 중요한 것 같다.그런 부분에서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요즘 전기요금 누진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추울 때나 더울 때나 국민생명이 위협받지 않도록 하는게 국가의 책무다.그런 부분에서 국정운영 철학과 오랫동안 유럽국가에 내재된 보편적 복지 정책들이 부럽다.”

-최종 학력이 고졸이다.오늘날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수많은 벽이 있었을 것 같다.

“학력에 대해 불편을 느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주변에서 방송대를 오래 다니고 있는데,빨리 졸업하고,대학원 가면 석사학위 따는데 왜 그렇게 안 하냐고 하더라.하지만 저는 나름 고집과 소신이 있었다.여성인 저에게 그것은 사회의 견고한 벽을 깨는 것이다.언론이 가장 보수적이고 제가 상징적으로 그 유리 천장을 깨고 싶었다.학벌이라는 라인(줄)문화도 깨야 겠다고 생각했다.진보정당과 진보진영도 스펙에 발목이 잡혀 있다.지금 저는 자부심이 있다.유리 천장도 깨고 학벌주의를 망치로 박살냈다.이 것을 통해 진보에 기여했구나 하는 자부심이 있다.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정의당이라는,진보정당 내 민주적 시스템이다.당과 당원들에게 충성을 다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있다.”

-거대 정당이 독점하는 국회에서 소수당의 입지와 역할이 쉽지 만은 않을텐데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3당 교섭단체가 만들어지면서 정의당은 더 뒤로 밀려난 형국이다.그래서 뭔가를 이루려면 덩치 큰 당에 부탁해야 한다.3개 정당을 향해 끊임없이 설득하고 부탁하고,이런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버리지 말아야 한다.진보와 정의를 위해서 선명성을 유지해야 한다.또 진보정당만이 할 수 있는 것을 국회 구도 속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가끔 흙도 묻히고 그래야 한다.”

-최근 개헌논의가 너무 권력구조 개편에 집중된 느낌이다. 지역에서는 지방분권형 개헌과 양원제 국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현 헌법 체계가 너무 오래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하지만 먼저 우리 정치가 바로 잡아야 될 공동의 의제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사회 불평등 구조,청년이 미래를 꿈꿀 수 없는 문제,지역 공동화 등을 의제로 뽑아놓고,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권력구조를 어떻게 개편해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한다.중앙권력 구조 개편안을 내놓고 나중에 끼워 맞추는 식이어서는 안된다.”

-시댁이 양양이다. 도 연고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이 중요하다.

“제가 양양 정암1리 이장님의 맏며느리다(웃음).옛말에 시집을 가면 호적을 팠다고 하지 않나.고향 이상으로 강원도가 중요하다.강원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다.그런 부분에서 의정활동 방향을 잘 잡아갈 것이다.강원출신과 연고 국회의원 가운데 막내인데 언제 어디서나 힘을 보탤 것이다.며느리 당인 우리 정의당도 사랑으로 봐주시면 좋겠다(웃음).” 정리/진민수

 

 

■ 추혜선 의원

1971년 전남 완도군 망남리 태생이다.완도여중과 호남삼육고를 졸업했다.1998년 언론노조 SBS본부 간사를 시작으로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방송위원회 방송광고심의위원,방송통신위원회 정책자문위원,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등을 역임했다.20대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현재 당 대변인,국회 외교통일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지방재정분권특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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