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산업 현 주소와 과제]
동해·속초항 7만t 급 입항
접안시설 ‘임시방편’ 수준
선박 10만t급 대형화 추세
외국인 장기체류 유도 필수

▲ 지난 5월 속초항에 입항한 7만5000t급 크루즈 코스타빅토리아호

크루즈는 ‘바다를 떠다니는 호텔’로 대표적인 미래 관광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최근 중국인들의 크루즈관광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도는 지원조례를 제정하는 등 크루즈 산업 활성화에 적극 나섰다.크루즈 선사 파산,메르스 여파 등으로 좌초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마침내 지난 1월 동해항에 7만2000t급 크루즈가 역사적인 첫 입항을 한데 이어 5월에는 속초항에 7만5000 t급 크루즈가 입항했다.하지만 도의 크루즈산업은 아직 갈길이 멀다.관련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고 관광객들을 위한 관광프로그램 개발도 미흡하다.내년 6차례의 크루즈 운항이 예정됐지만 올해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특히 경제적 파급력을 위해 속초항을 모항으로 하는 대형 크루즈 운항이 시급하지만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강원도의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크루즈 산업의 현 주소와 과제를 짚어봤다.



■ 강원도 크루즈산업의 현 주소

최문순 지사는 크루즈 산업을 강원도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키로 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크루즈 산업 육성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강원도 크루즈 사업은 지난 2014년 11월 도와 중국 상하이 스카이씨 크루즈(Skysea Cruise)사가 7만2000t급 스카이씨호 동해항 입항을 위한 합의각서(MOA)에 사인하면서 본격화됐다.메르스 여파로 크루즈 운항이 지연되다가 마침내 지난 1월 동해항에 1847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태운 7만2000t급 대형 크루즈선이 모습을 드러냈다.이어 5월에는 속초항에 7만5000t급 코스타빅토리아호가 입항했다.속초항에 7만t급 이상의 대형 선박이 들어온 것은 처음이다.

코스타빅토리아호의 입·출항으로 7만t급 크루즈선의 접·이안이 가능함을 확인했다.동해항과 속초항에 7만t급의 크루즈선이 입항했지만 사실상 동해항은 더이상의 대형 크루즈 선박 입항이 불가능할 전망이다.전용 부두가 없어 지난 1월 입항 당시 관광객들은 석탄가루가 날리는 화물 부두에 내려야했다.인근 해군부대와의 보안문제도 걸림돌인것으로 알려졌다.고층아파트 높이의 대형크루즈선에서 해군부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이에따라 도내에서 크루즈선 모항으로 발전 가능한 항은 속초항이 유일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크루즈 선사들이 10만t급 이상으로 대형화하고 있다는게 문제다.속초항 규모로는 10만t이상의 대형 크루즈를 유치할 수 없다.도는 현재 7만t급 크루즈선사를 대상으로 내년 크루즈 운항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도와 속초시가 정부에 10만t급 부두 확충을 건의한 상태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장기적으로 항만인프라에 대한 확충이 없으면 크루즈산업의 성공 가능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속초항

■ 강원도 크루즈산업의 과제

올해 7만t급 크루즈가 동해항과 속초항에 입항했지만 도가 기대했던 효과를 올리는데는 한계가 있었다.지난 5월 속초항에 입항한 코스타빅토리아호는 도내를 모항으로 출발하는 최초의 크루즈였다.그러나 외국인 관광객의 입항없이 단순하게 내국인 관광객만을 위한 크루즈 입·출항이었기에 지역 관광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었다.앞서 외국인 관광객 1847명을 태우고 동해항에 입항한 스카이씨 골든에러호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당시 관광객들은 도내에 체류하며 강원랜드,평창 알펜시아 스키장,속초 중앙시장 등을 둘러보며 관광을 즐겼지만 체류기간은 단 하루였다.

도는 내년에 속초항을 통해 6번의 크루즈 운항을 계획하고 있다.지난 5월 속초항에 입항했던 크루즈선사와 이미 계약을 마쳤다.하지만 상황은 올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6번 가운데 4번은 기항지로,2번은 기항지와 모항지를 겸한 일정이 잡혀있다.기항지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들이 크루즈선을 타고 속초항에 들어오지만 국내 체류시간은 단 10시간에 불과하다.속초 인근 관광지를 둘러보고 서둘러 출항해야 한다.기항지와 모항지를 겸한 2차례 운항은 속초항에서 내국인이 크루즈선을 타고 외국인들과 함께 출항하게 된다.속초항에서 내국인이 크루즈선에 탑승할뿐이지 4번의 기항지 운항이나 크게 다를게 없다.

인프라도 문제다.최근 들어 국내외 크루즈 선사들이 10만t급 이상으로 대형화되고 있지만 도내 항만 규모로는 유치대책이 없는 상황이다.속초항은 임시방편으로 현재 7만t급 크루즈선까지 수용가능하도록 조치했지만,최근 동북아시아 크루즈 항로에는 10만t급 이상의 초대형 크루즈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도는 2020년까지 정부가 추진하는 제3차 항만기본계획에 속초항의 10만t급 부두 확충을 건의하고 있지만 2018평창동계올림픽전까지 부두확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인프라를 확충해야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속초항을 모항으로 하는 10만t급 이상의 대형크루즈 유치도 가능하다.항만인프라에 대한 확충 없이는 크루즈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낮을 수 밖에 없다.

김재진 강원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물류 아닌 여객의 중요성,남북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감안하면 10만t급 시설이 없으면 미래 크루즈산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백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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