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거주 70대 장규섭씨
‘역사·문화공간 지정안’ 청원
“풀뿌리민주주의 실현 희망”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싶어 느지막하게 나섰습니다.”

춘천에 사는 장규섭(74)씨는 설레고 초조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자신이 춘천시의회에 입법청원한 조례안이 2일 다뤄지기 때문이다.지난 5월 장씨는 황찬중 시의원 도움을 받아 ‘역사·문화공간 지정 조례안’을 내놓았다.조례안은 6월항쟁(1987년),춘천대첩(1950년) 등 춘천을 배경으로 한 역사적 사건과 한백록 장군,여성 독립운동가 윤희순 등 춘천 출신 역사 인물을 발굴 및 재조명하자는게 주요 내용이다.장씨는 “역사적 업적을 이룬 인물을 되새길 수 있는 상징,시설물을 만든다면 시민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정신을 이어받아 춘천에 활력이 돌 것”이라고 청원 배경을 설명했다.

그가 입법청원을 시도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지방의회가 부활한 지난 1991년 ‘민주전적지 성지화’,‘고등야구 전국 제패 지원화’ 등 2건의 입법청원을 준비했다.그러나 아쉽게도 의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입법청원은 불발됐다.그는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왔다.1960년 4월19일 반독재 민주주의 운동인 4·19혁명을 함께하기 위해 서울을 찾았고,6월항쟁 당시에는 팔호광장에서 민주화를 외쳤다.장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 현장의 주인되겠다는 심정으로 운교로타리에서 학생들과 함께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민주화운동부터 입법청원까지 정치인으로 오해할 수 있는 이력을 가지고 있지만 장씨는 만두장사를 업으로 살아왔다.젊은시절 죽림동에서 만두를 팔았고,노년에 들어서는 공공근로로 용돈벌이를 하고 있다.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로 가방끈은 짧지만 역사와 시사에 박식하다.틈나는대로 도서관을 찾아 신문을 읽는게 취미여서다.

그는 “남들처럼 술도 안하고 놀음도 안하다보니 시간이 있으면 신문을 본다”며 “학교라고는 초등학교 문턱을 넘어본게 끝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회 돌아가는데 누구보다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장씨는 “내년이면 30주년을 맞는 6월항쟁의 뜻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말부터 의회를 찾아다니며 입법청원을 준비했다”며 “의원들이 정파를 떠나 시민들의 자긍심을 드높인다는 뜻에 동참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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