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사고 구조 중 교통사고
이상재씨 유족에 의사자 증서

▲ 올해초 교통사고 피해자를 구조하다 유명을 달리해 의사자가 된 고 이상재씨(사진 오른쪽)의 부모인 이찬우·박행자씨가 31일 강릉시청에서 의사자 증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구정민

생면부지의 사람을 구하려다 본인의 목숨을 잃고 두 자녀를 노부모가 키우게 된 30대 의사자의 가슴 먹먹한 사연이 세인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최명희 강릉시장은 31일 시청에서 고 이상재(36·강릉시 홍제동) 씨 유가족에게 ‘의사자’ 증서를 전달했다.이 자리에는 이 씨의 노부모와 함께 어린 딸 두자매도 참석했다. 보건복지부로 부터 의사자로 인정된 이상재씨는 지난 2월 24일 삼척시 근덕면 자동차전용도로(국도 7호선)에서 다른 사람들 구하려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당시 이씨는 직장인 한국남부발전으로 업무 복귀를 위해 폭설이 몰아치던 국도를 달리다 앞서가던 승합차량 사고를 목격하고 동료와 함께 사고 차량의 피해자들을 모두 구조한 뒤 2차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도로에서 수신호를 하던 중 뒤따라오던 25t트럭에 치여 유명을 달리했다.이 씨는 이미 10년 전에 위암으로 아내와 사별하고 홀로 어린 딸 둘을 키우는 홀몸 가장이었다.이날 이 씨가 사고를 당하면서 세상에는 어린 두자매만 남게 된 것이다.김 씨가 금지옥엽 사랑한 두 딸은 지금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한창 부모 품을 그리워할 나이다.

이 씨는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 복학을 앞둔 23살 때 연상의 아내(당시 26세)를 만나 그해(2003년) 결혼했다.이후 아내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던 중 둘째 출산을 앞두고 찾은 병원에서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고 둘째를 출산한 뒤 100일만에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이 씨는 충격에 잠시 방황했지만 이내 어린 딸들을 제대로 키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일터를 찾아 인천 영흥도 등지에서 객지 생활을 감내하기도 했다.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 생각에 6년간의 객지 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와 새로 얻은 직장으로 출근한지 열흘만에 다른 사람을 구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이다.

어머니 박행자(62)씨는 “애들이 눈에 밟혀 눈이나 제대로 감았겠느냐”며 “손녀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워 아버지의 의로운 희생을 기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올해 중학생이 된 큰 딸은 “남을 돕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기 위해 동생과 함께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나이에 맞지 않는 의젓함을 보였다. 구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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