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인사말’이 인터넷에서 한 때 실시간 최고의 조회수를 기록했다.추석을 앞두고 주위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좋은 구절을 찾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일부 포털사이트에서는 아예 상대에 맞는 추석 인사말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그 중 모 포탈사이트에서 추천한 인사말이다.‘마음까지 넉넉해지는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밝은 보름달처럼 행복한 추석 보내세요’

한결같이 넉넉하고 풍성한 한가위를 기원하는 내용이다.이색적인 추석 인사말도 눈에 띤다.‘추석동안 푹 쉬고 보름달처럼 빵빵한 얼굴로 보자’라든가 ‘뱃살 꼭 뺍니다’ 등 위트가 넘치는 인사말도 있고,‘취직 될겁니다,결혼 할겁니다,곧 효도합니다’와 같은 이 시대 젊은이들의 희망이 담긴 구절도 있다.서로 주고받는 추석 인사말 속에도 오늘날의 세태를 엿볼 수 있다.

지난 주 한 결혼 정보회사의 20∼30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눈길을 끈다.응답자의 82.4%가 명절에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는데,스트레스의 주범으로 남성은 ‘타인과 비교되는 휴일 수와 상여금 차이(28%)’를,여성은 ‘부모 및 친인척 어른의 잔소리(38.3%)’때문에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했다.취업난 등으로 제자리를 찾지 못한 많은 젊은이들의 고뇌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명절 스트레스의 주범 ‘잔소리’ 가운데 젊은이들이 이번 추석에서 가장 듣기 싫은 잔소리로 꼽은 것을 보면 그 절박감을 잘 보여준다.남성의 경우 ‘얼마 벌어? 떡값은 좀 나와?’라는 응답이 36.8%로 가장 많았고,‘취직은 했니? 넌 뭐하고 살래?’가 18.8%로 다음을 이었고,‘넌 왜 애인이 안 생기니?’가 15.7%였다.모두 취업이나 결혼과 관련된 잔소리였다.여성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결혼은 평생 안 할거야?’가 32%로 가장 많았고 이어 ‘취직은 했어?’25.5%,‘남들은 자식 걱정 안 한다던데’20.3%,‘그만 좀 먹어.다이어트 안 해?’10% 순이었다.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건내는 덕담이라도 자칫하면 상처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이다.충고보다는 격려의 추석 인사말을 전하자.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