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두달 강원경제 흔들]
1만∼2만원 저가메뉴 역부족
충성고객까지 유출 매출 타격
꽃집 이달까지 최대 80% 급감
한우값 곤두박질 음식점 울상

▲ 김영란법 여파로 손님이 끊긴 도내 한 고급레스토랑. 법 시행 직후 중저가 메뉴를 선보였지만 불황은 계속되고 있다. 안병용

강원도내 외식·화훼·축산업들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에 맞서기 위해 지난 달 ‘이슈마케팅’,‘고가전략’ 등으로 불황타계에 나섰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못하고 있다.김영란법 시행 두달째를 맞고 있지만 최근 터지고 있는 국내외 악재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해당 업계의 불황 탈출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 충성고객 사라진 외식업계

김영란법 시행과 함께 한정식,일식,레스토랑 등 도내 고급음식점들이 중·저가 메뉴를 내놨지만 오히려 충성고객이 떨어져 나가는 피해를 입고 있다.1인 3만원 이상의 주요 메뉴 대신 2만원대 메뉴를 주 식단으로 내걸어 단골 고객와 신규 고객까지 유치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춘천 A한우식당은 저가형 1만~2만원대 불고기 메뉴를 특선요리로 내걸었다.그러나 손님들의 시선은 차가웠다.수준 높은 한우 맛을 기억하는 손님들의 입맛을 바꾸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다.결국 이 식당은 이달 매출이 작년보다 50% 가량 떨어지는 등 김영란법 파고를 넘지 못하고 있다.

1인 3만원 이하 세트메뉴로 승부수를 띄운 속초 B대게횟집은 기존 메뉴에 입맛을 들인 충성고객들을 잃은데다 외부요인으로 이중고까지 겪고 있다.최근 대게 위판량이 줄면서 대게 한마리(700g~1㎏)가 평균 3만원이 넘으면서 주말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원주 C한정식도 단골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서비스와 ‘귀인대접’이라는 마케팅에 나섰지만 간신히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갈수록 시드는 꽃 집

마진폭을 줄여 정가를 낮춘 도내 꽃 배달업체들은 ‘사구플라워(4만9000원)’ 상품을 개발해 김영란법 대응에 나서고 있다.원주 A꽃 배달 업체는 사구 플라워로 결혼식 등 줄어든 축하화환 주문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박리다매’로 매출을 유지해 보겠다는 계산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매장 방문손님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영세한 꽃집들은 용돈벌이 수준으로 매출이 급락했다.

한국은행 강원본부에 따르면 도내 꽃집 매출이 이달까지 최대 80% 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춘천 B꽃집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연인을 위한 가을선물’ 등 단발성 상품으로 불황탈출을 시도했지만 이후 두달간 매출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하루 8만~10만원 하던 매출이 3만원으로 뚝 떨어졌다.강릉의 C꽃집도 ‘3만원 꽃다발 장식’ 등 상품대신 2만원대 화분을 진열대 올렸지만 임대료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매출이 떨어지는 등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 엇갈린 한우 유통업계와 농가

김영란법 시행이후 산지 소값 하락세를 맞은 축산농가들은 울상을 짓는 반면 한우 유통업계는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고 있다.최근 횡성가축시장에서 거래된 수송아지의 평균 낙찰가격은 221만6000원이다. 지난 9월 324만5000원보다 무려 30% 가량 떨어진 셈이다.암송아지도 이달 평균 낙찰가격이 225만원,큰암소는 381만2000원으로 지난 9월보다 각각 30%,16%씩 떨어졌다. 한 농민은 “한우를 사육하는데 필요한 유지비용은 변한 게 없는데 소값만 곤두박질치고 있다”며 “힘겨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반면 한우 유통업계는 위기를 떨어진 소값 덕분에 경영회복을 기대하고 있다.홍천 A한우 유통업체는 이달 매출이 작년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9월 한우 가격이 고가를 형성한데다 김영란법으로 소비가 둔화되면서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산지가격 하락으로 매출이 평년 수준을 보이고 있다.한우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우 산지가격이 떨어지면서 매출에 다소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며 “상황은 호전되고 있지만 최근 쏟아지고 있는 국내외 악재로 소비심리가 약화되고 있어 또다시 매출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관호 gwanh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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