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없는 탄핵, 정치권에 주어진 최우선 책무”

대통령 탄핵정국이 가시화되면서 차기 대권을 향한 대선주자들의 대권레이스도 본격화되고 있다.강원도민일보는 탄핵정국과 함께 조기 대선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대권주자들을 대상으로 정국 해법과 차기대선의 의미와 현안들을 짚어보는 ‘대권주자에게 듣는다’ 대담시리즈를 시작한다.첫 대담주자는 서울시정을 맡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다.박 시장은 시민운동가에서 대한민국의 심장,서울을 책임지는수장에 올랐다.서면인터뷰로 진행된 이번 대담에서 박 시장은 “이번 대선은 부정과 부패의 역사를 단호하게 심판하는 의미가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역설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

[대권주자에게 듣는다] 1. 박원순 서울시장

- 탄핵이 이뤄질 경우 정치권의 후속조치 중 가장 시급한 것은.

“190만 촛불민심은 국가의 위기를 탄핵국면으로 이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채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이제 정치적 탄핵 절차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것이 정치권에 주어진 최우선 책무다. 아울러 탄핵 이후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준비와 새로운 대한민국의 채비를 시작해야 한다”



- 개헌논의가 정치권 최대 이슈가 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개헌 문제를 논할 때 먼저 전제돼야 할 것이 있다. 지금 헌법 때문에 박근혜 게이트가 발생한 것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한 채 권력을 사유화한 것이 문제다. 저는 기본적으로 개헌에는 찬성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 새로운 국가 건설을 위해 개헌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개헌을 얘기하게 되면 새누리당 등 박근혜 게이트에 책임 있는 정치세력들이 정치적 생명연장의 수단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국민들이 지금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개헌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다. 개헌이 진정으로 이뤄지려면 먼저 과거의 철저한 청산이 이뤄진 위에서 국민적 합의에 따라야 한다. 반드시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담아내야 하며 국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서 이뤄져야 한다”



- 개헌이 필요하다면 바람직한 일정과 방향은 무엇인가.

“구체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헌법적 기초를 만드는 것이 개헌의 비전이다.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안정된 토대 위에서 중장기적으로 논의를 이어가며 국민적 합의를 담아내야 한다. 개헌안에는 87년 체제 이후 경제,사회적 변화는 물론 분권과 자치의 원칙이 분명히 담겨야 한다. 또 국민권력 시대에 부합하는 국민의 기본권이 강화돼야 한다. 특히 헌법의 주인은 국민이다. 헌법이 정치생명 연장의 욕망을 실현시키는 무기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전문가,시민사회 등의 폭넓은 참여를 보장하는 등 우리 사회 전반의 원칙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국민이 빠진 정치권만의 개헌은 힘을 받을 수 없다. 구체제에 책임이 있는 정치세력들이 개헌을 내세우며 정치적 생명을 꾀하는 것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 탄핵정국 속 야권분열과 각기 다른 대응방안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다.이에 대한 생각은.

“대통령의 퇴진만이 이 난국을 수습하는 최선의 길이라는 대전제에는 야3당이 공감하고 있다. 온 국민이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있고 이미 민심의 탄핵을 당했을 정도로 탄핵의 이유는 충분하다. 이제 정치권은 국민의 뜻에 응답하기 위한 최선의 무엇인지 통합하고 공조하고, 협력해 그 답의 합의를 찾아내야 한다. 그것만이 지금 국민이 정치권에 건 마지막 희망이다”



- 조기대선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번 대선.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박근혜 게이트가 열리기 전부터 내년 대선에 대해 정권교체,시대교체,미래교체의 화두가 걸린 선거라고 공언해왔다. 더구나 국정농단사태 라는 믿기 힘든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민을 속인 대통령에 대한 분노와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갈망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다. 지금 전 국민이 광장에 나와 새로운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국민의 절망이 큰 만큼 새 시대에 대한 염원도 강한 상황이다. 이번 대선은 부정과 부패의 역사를 단호하게 심판하고 무능의 정치를 퇴출하며 불평등,불합리,불안,불통의 불을 끄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관문을 여는 역사적인 대선이 돼야 한다”



- 대선이 현3당 체제 또는 제3의길을 포함해 다자간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하는가? 아니면 보수 및 진보후보 단일화 등이 이뤄질 가능성은.

“대통령의 조기 퇴진과 탄핵을 진행시켜 지금의 난국을 수습하는 것보다 시급한 현안은 없다”



- 강원도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지만 상당히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고 정체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대선후보로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무엇인가.

“정치인에게 있어 시민,국민의 격려만큼 큰 힘이 없다. 그런 의미에선 지지율,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라가 위기이고,국민이 좌절하고 있다. 지지율을 신경 쓸 여력도 없을뿐더러 지지율을 놓고 저울질 할 때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저의 정치적 거취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다 버릴 수도 있다는 각오 뿐이다. 저는 언제까지나 이 각오 그대로 국민 편에서 국민과 행동을 함께 하겠다”



-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통일을 위한 방안은.

“우리보다 앞서 통일을 이룬 독일의 경우 정권이 달라져도 동방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통일의 길목을 열었다. 그에 반해 ‘통일은 대박’이라고 외쳤던 현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성취를 허사로,남북관계를 쪽박으로 만들었다. 국가체제가 바로 잡히는 대로 2010년 5·24 대북제재 조치를 해제하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 착수하는 등 중단된 외교를 다시 가동하는 것이 급선무다. 나아가 국민의 열망을 담아 민주주의 위기와 한반도 위기를 넘어선 새로운 체제,새로운 시대,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그 바탕은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서울시는 도시교류의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 위해 안전·환경·문화·산업·교통 등 도시의 전 분야를 포괄하는 3단계 10대 과제의 ‘서울-평양의 포괄적 도시협력 방안’을 준비해 왔다.

이는 대동강 수질개선과 평양의 상하수도 개량사업을 비롯해 △도시안전과 재난분야 공동협력 △대중교통 운영체계 협력 △도시재생 △애니메이션 산업단지 등 산업협력 △신재생 에너지분야 협력 △산림녹화와 탄소배출권 협력사업 △기술표준 통합을 위한 공동사업단 구성 △역사·문화·체육 교류 △보건·의료 협력 등이다.

더 나아가 저는 60년 낡은 ‘분단패러다임’을 넘어 미래지향적이고 항구적인 ‘평화경제패러다임’으로의 대전환을 구상하고 있다. 대북압박 정책에서 한반도 평화정책으로 나아가기 위한 한반도 P턴 플랜(Peace turn Plan),유라시아 북방뉴딜을 제안한다. 핵심내용은 세 가지인데 남북 신뢰 뒷받침과 한국경제의 구조를 분단경제에서 북방경제로 전환하는 것,다자간 국제협력 활성화 등이다”



- 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제일과제다. 이에 대한 대책과 복안을 말해달라.

“1대 99의 양극화는 속도와 경쟁,개발의 신자유주의가 남긴 유산이다. 이 상처는 오직 사람으로,사람에 대한 투자로,사람을 중심으로 한 구조개혁으로만 치유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 양극화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5년 전부터 ‘사람’ 중심으로 시정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화려한 건물에 돈을 쏟아 붓기보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본격적으로 늘렸다.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친환경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비정규직 정규직화의 3대 시민혁신을 실천했고 채무 7조7000억을 감축하면서도 복지예산은 4조에서 8조로 두 배나 늘렸다.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안전예산 1조원 시대를 개막했고,서민주거의 기초인 공공임대 8만호를 공급한데 이어 추가 8만호를 공급 중이다. 국공립어린이집도 1000곳까지 확충됐다.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젠트리피케이션 대책 등 서울형 경제민주화로 불평등,불공정,불균형을 해소하는 동시에 경제의 양적 성장을 넘어선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혁신만으로는 부족하다. 이같은 흐름을 전국으로 확산, 사람의 역사를 다시 쓸 때 진정한 양극화의 치유가 이뤄질 수 있다”



- 지역균형발전,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저는 기본적으로 수도권과 지역이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상생주의자, 균형발전주의자다. 지역균형발전 역시 서울과 지역이 함께 잘 살 때 대한민국이 발전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함께 성장하고 서로 채워주며 상생하는 진정한 의미의 지역균형발전을 이뤄가려면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지역은 지역대로 도시의 특색에 걸맞는 현장형 지방자치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시가 지난 2014년 강원도와 상생발전 우호교류를 맺고 문화예술분야 교류부터 농수특산물 수도권 소비지 거점 물류기지 설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소비를 위한 협력모델 발굴 등 도농 상생발전을 위한 협력의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지난달 말엔 서울시와 강원도 등 9개 광역지자체가 손잡고 서울시내 어린이집,복지시설 공공급식에 쓰일 친환경 식재료를 직거래하는 ‘친환경 식재료 공공조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서울시민은 건강한 먹거리를 보장받아 좋고 강원도민은 판로를 확보하고 다양화 할 수 있어서 좋다. 행사장에서 최문순 지사님께서 “늘 감자,도루묵 이런 것들을 파는 게 일이었는데, 이제 더 이상 안 팔아도 되겠다”고 하셨다. 아울러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평창,강원도 뿐 아니라 서울에게도 관광객 유치의 절호의 기회다. 서울과 강원도, 지방이 협력해 평창올림픽의 성공과 해외 관광객 유치에 전력을 다하겠다.



- 2018평창동계올림픽 붐조성에 대한 우려가 많습니다. 해법을 제시해달라.

“전세계인의 이목을 평창동계올림픽에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내포된 ‘평화’의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유일한 분단 도인 강원도에서 개최되는 평창동계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축제의 차원을 넘어 평화 구현을 위한 세계인의 축제다. 평창에서 보내는 이 평화의 메시지는 전 세계인에게 큰 울림으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다. 이 평화의 메시지가 전국,전세계에 전달될 수 있도록 서울-강원 공동응원단을 구성해 서울시도 힘을 보태겠다”

정리/김여진


■박원순 서울시장 약력
△1956년 경남 창녕 △경기고 △서울대 사회과학계열 입학 △단국대 사학과 △춘천지법 정선등기소 소장 △대구지검 검사·변호사 △참여연대 사무처장 △아름다운가게 상임이사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35·36대 서울시장 △제10회 만해대상 실천부문 △필리핀 막사이사이상 공공봉사부문 △제21회 단재상 학술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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