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정진석 불러 비공개 면담…野대화 무산 아쉬움 토로
"與의원에 많이 미안하다"…정진석 "대통령, 수척해진 모습"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안 표결을 사흘 앞둔 6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나 차분하고 담담하게 마지막 소회를 밝혔다.

정 원내대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15분 오찬을 하던 중 박 대통령이 이 대표와 자신을 만나길 원한다는 청와대의 연락을 받았다. 이어 두 사람은 오후 2시께 청와대에 도착했고, 박 대통령은 오후 2시 30분부터 55분간 이들과 회동했다.

당초 박 대통령이 탄핵 표결 전에 4차 담화를 할 것이란 관측이 있었으나 당 지도부를 비공개로 불러 입장을 전달하는 형식으로 메시지를 낸 것이다.

여기에는 탄핵 가결의 캐스팅보트를 쥔 새누리당 비주류가 '탄핵 외길' 방침을 표명하면서 탄핵안 가결 가능성이 커진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 대통령은 면담에서 담담하게 탄핵을 각오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순실 사태가 터진 이후 정국 상황이 본인의 뜻과 다르게 돌아가면서 '법 절차대로 하자'는 생각을 더 굳힌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우선 국정 위기 해소를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무위로 끝났다는 점을 상세히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영수회담을 수용하고 야당과 대화를 하려고 했는데 근본적으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회를 방문해 국회 추천 총리를 제안했는데 야당이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화 제안을 수용했는데 이것도 무산됐다"며 "이도 저도 안 돼서 국정 위기를 풀어볼 마음이 간절했고 그 이후로 담화 형식으로 발표했었다"면서 경위를 설명했다.

또한, 새누리당의 '내년 4월 퇴진·6월 대선' 당론에 대해선 "그대로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을 쭉 해왔다"고 강조한 뒤 "탄핵 가결이 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과정을 보면서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있다"고 했다.

이는 3차 담화에서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겼는데 논의에 진전이 없었고, '4월 퇴진' 당론을 수용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결과적으로 9일 탄핵 표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나름의 설명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박 대통령은 혼란스런 정국상황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과 의원들에게 두루두루 죄송스럽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이러한 박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면서 "대통령이 많이 수척해지신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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