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흥우

수필가·시조시인

요즈음 사는 게 너무 어수선하다.시골에 사는 촌로의 마음이 이렇게 불안하고 어려운데 중앙 정치,경제,국방,치안 등을 담당하는 어른들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짐작이 간다.

TV나 신문을 보기가 두렵다.무슨 엄청난 소식이 기다리고 있는지 겁이 나도 많이 나서 아예 TV를 켜지 않거나 아니면 오락 중심의 채널에 고정을 해놓고 있다가도 궁금증이 발동하여 정규방송 쪽으로 돌려보면 첫 번째 음성이 최 아무개다.그로 인해서 가장 순리가 되어야 할 일상들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이런 증상은 아주 여러 곳에서 나타나게 되어 ‘최순실 증후군(最順失症候群)’으로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빨리 순리를 따라 일상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촛불은 제사상에서나 켜져야 하는 성스러운 불이다.일상에서 밤에는 밝은 전기불로 밝히고 낮에는 온 생명의 원천인 태양이 비추고 있는 것이다.촛불을 든 백만 명이 운집하는 일은 역리를 일깨우는 성스러운 불이었다.그러나 너무 오래 지나치게 이어지면 순리는 아닌 것이다.촛불로 역리를 바로잡으려는 심리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마치 집안에서 정성으로 제사를 모시듯 몇 번 군중의 마음을 담아 옳은 뜻을 전해주고 말아야지 촛불을 들어 역리를 순리로 바꾸는 것도 또 바꾸려는 것도 순리는 아닌 것이다.

가장 순리적인 것은 수많은 석학들과 정치인과 대중들이 이미 합의해놓은 법에 따르는 것이다.법에 따라 처리하고 그 것을 기다리고 지켜보는 것이 순리인 것이다.순리인 법을 어겨 역리를 만들어 놓은 당사자들을 또 다른 역리로 해결한다면 그 역리는 계속 해서 연속이 될 것이고 순리는 점점 멀어져만 가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어쩌면 이 단순한 순리를 군중심리로 망각해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성급하게 다그치기 보다는 좀 차분하게 순리를 찾아보자.그 순리를 찾는 일에 앞장서 목소리를 낼 기관은 언론인 것이다.사실을 보도한다는 이름으로 선동적인 요소를 담지 아니했는지를 좀 냉철하게 분석하고 한 마디 한 구절의 보도도 신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은 하도 답답하여 남양주 금곡의 홍,유릉을 답사하면서 대한제국을 만들고자 발버둥치신 고종과 일제 강점으로 나라 패망의 고통으로 피눈물을 씹어 삼키셨을 순종의 능과 영친왕의 영원,이구의 회인원이며 의친왕과 덕혜옹주 묘소를 둘러 묵념을 올리고 돌아왔다.나라패망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온몸으로 느껴보기 위해서였다.

가장순리적인 일상을 잃어버리는 증후군 속에 살고 있는 지금이 엄청 불안하다.현명하신 분들이 이 난국을 빨리 수습하셔서 일상의 평온이 이어지는 세상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둥지가 훼손되는 것은 차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그 속에 들어있는 작은 알들의 한 톨인 나는 허망한 마음으로 막걸리 한 병을 들이키고서 잠들어버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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