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유치위 “3수 불가피” vs 시민단체 “도전 결정 불복종”

▲ 지난 2007년 7월 강원도의회가 본회의에 상정된 평창동계올림픽 재도전 결의안에 대해 기립표결을 하고 있다. 본사DB

도내 39개 시민사회단체연대
실패 원인·유치위 감사 요구
도의회, 재도전 결의안 상정
참석의원 37명 중 찬성 29명

과테말라의 실패는 뼈아팠다.누구를 탓할 상황도 아니었다.당시 평창유치위고위관계자의 말을 빌려보자.“유치실패 뒤 사무실에 넋을 놓고 앉아있었다.누가 와서 옆에 털썩 앉았다.돌아보니 이광재 의원이었다.얼굴 본 김에 두가지만 얘기하겠다고 했다.하나는 2018동계올림픽에 도전해야한다.꼭 해야하냐고 묻기에 세번째 도전은 반드시 해야한다고 했다.두번째는 누구의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대통령까지 오셨는데 누구의 책임을 물어서 어떻게 하겠느냐는 취지였다.책임론이 절대 나오면 안된다고 얘기했다.이 의원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7월18일 청와대로 2014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 관계자 160여명을 초청,위로를 겸한 오찬간담회를 가졌다.노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제가 참 여러분께 미안하다. 대통령이 역량이 부족해서 성공을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하기 짝이 없다”고 밝혔다.책임론과 관련해 “저는 성공하지 못한 순간, 제 스스로가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이라는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여러분들 중에는 아무도 저를 비난하시는 분이 없는 것 같다”며 “승리한 사람의 노력과 영광을 칭송해야 하지만, 아울러서 실패하고 낙오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따뜻한 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여유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이건희 IOC위원도 책임론보다는 선전 쪽에 촛점을 맞추고 있었다.이 위원은 이날 행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평창이 패배한 이유에 대해 “러시아라는 나라가 경쟁했다는 것이고 다음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존심을 버리고 영어로 연설하고 말미에는 불어도 했다.자존심이 강한 분인데 그렇게 까지 했다.(러시아의) 각 나라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나.우리도 어느 때보다 열심히 했다.대국하고 경쟁해서 4표차이라면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고 평가했다.이렇게 유치 실패 이후 가진 첫 만남에서 청와대와 유치위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책임론은 곧바로 사그러 들었다.그러나 세번째 도전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을 올리지 않았다.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3수도전에 대해 “제반환경을 면밀하게 검토,그 결과를 가지고 충분히 논의해 결정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강원도내에서는 달랐다.3수 도전을 놓고 찬반 양측이 대립했다.강원도의회를 비롯한 유치위측은 3수 불가피론을 내세웠다.그러나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책임론과 회계투명성을 집중 거론했다.3수반대운동도 불붙기 시작했다.

춘천시민연대 등 강원도내 3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유치실패가 확정된 직후인 7월16일 긴급성명을 발표했다.이들은 성명서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두 번 실패 한 뒤, 강원도민은 강원발전의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아닌지 크게 낙담하고 있다”며 “사정이 이런데도 강원도의회는 성급히 동계올림픽 세 번째 도전을 기정사실로 하고 그것이 마치 도민의 여론인 것처럼 포장하여 동계올림픽 세 번 째 도전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들은 △동계올림픽 삼수도전 밀실결정 철회 △동계올림픽 실패원인 조사 △강원도의회의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감사를 주장했다.춘천시 번영회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실패 원인규명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강원도의회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1, 2차 실패원인 분석 및 1차와 2차에 걸쳐 집행한 행사비의 정부 지원금액,도비 지원금액, 일반성금, 기업체 성금 등에 대한 사업비 수입금액 및 행사준비비,위원접대비,현지투자비,해외활동비 등 집행액에 대한 의혹을 규명하여 줄 것을 요구했다.그러나 유치위와 강원도는 총액만 공개했을뿐 내역에 대해서는 “업무특성상 대외에 제출하기 어렵다”고 버텼다.이미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강원도의 활동을 인정할 수 없으며 3수 도전 결정에 불복종하겠다”고 밝히는 등 김진선 지사와 대결을 본격화할 태세를 보이고 있었다.

결국 유치위 활동내역은 야당과 일부 시민의 고발로 검찰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수사과정에서 일부 유치위 인사들의 불투명한 회계가 문제가 됐던 것을 알려졌다.당시 유치위의 책임자를 지낸 인사는 “일부 위원들이 돈을 해외로 가지고는 갔는데 증빙자료가 없었다.검찰 조사과정에서 결국 문제가 되기는 했는데 유치위 차원에서 출장문서만 가지고 인정받을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유치위에서 돈은 가져다 썼는데 영수증이나 자료가 없었던 것이다.유치위 내부에서도 이들 인사들에 대해서는 의혹의 시선을 보냈지만 어쩔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대해 검찰조사를 받았던 유치위 실무책임자는 “결국 유치위에 들어온 기업의 후원금이 기부금품이냐 후원금이냐라고 하는 해석의 문제가 남았다”며 “유치위에서는 이를 기부금품이 아닌 후원금이라고 했고 검찰도 이를 인정,결국 수사는 종결됐다”고 언급했다.이어 “대한올림픽위원회(KOC)나 I OC로부터 후원금으로 다 인정받은 것이어서 문제될 것이 없었다.기업들로부터 후원금을 받고 로고이용권을 주었던 만큼 별도의 지출근거는 필요없었다”고 해명했다.이렇듯 세번째 도전은 험난했다.강원도의회는 2007년7월18일 ‘2018동계올림픽유치 재도전 결의안’을 상정했다.의원들은 찬반으로 나뉘었다.결국 기립표결에 들어갔다.40명의 의원 중 37명이 참석했다.찬성 29명,반대 6명,기권 2명으로 결의안은 통과됐다.같은 날 2014평창동계올림픽유치범도민후원회(회장 윤세영)도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6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회를 갖고 재도전을 공식화했다.2018평창동계올림픽을 향한 행진이 다시 시작됐다. 송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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