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침식 가속화] 잦아진 너울성 파도 주 원인
3m 높이땐 단위 면적당 1.5t
난개발에 충격 흡수 역부족
민가·도로 등 주변 속수무책
올해까지 연 인명피해 4.6명

▲ 지난 2012년 9월 강릉 안목 해변이 너울성 파도에 유실되고 축대가 붕괴된 모습. 본사 DB

강원도의 자랑인 해변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강원도 동해안 해안침식이 각종 대책에도 불구,1년새 대부분 해변이 급격히 사라지는 ‘심각’ 수준인 것으로 연구결과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김인호 강원대교수와 대영엔지니어링은 강원도의 용역을 받은 ‘2015~2016 해안침식 실태조사’ 최종보고서를 최근 내놨다.김 교수팀의 용역 결과 동해안 해변 중 1년 사이에 ‘심각(D)’ 등급을 받은 곳은 12%에서 60%로 늘어났다.‘심각’은 지속적인 해안침식으로 민가와 도로 등이 위험한 상황을 뜻한다.국소적으로 발생하던 해안침식이 이제는 기후 변화와 난개발로 인해 동해안 전역에서 발생,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 ‘심각’ 상태 60%로 1년새 48% 급증

동해안 해안침식은 최근들어 더욱 심해지고 있다.파도나 조류로 해안이 깎이고 모래사장이 쓸려나가는 현상인 해안 침식은 1980년대 이후 동해안 일부분에서 종종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동시다발적으로 해안 침식이 발생,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인호 강원대교수와 대영엔지니어링이 실시한 ‘2015~2016 해안침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 사이에 침식 상태가 심각(D)을 기록한 곳이 12%에서 60%로 48%나 늘었다.해안침식은 상태에 따라 양호(A),보통(B),우려(C),심각(D) 4개 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다.연구진이 고성부터 삼척까지 102개 해변을 조사한 결과 침식이 양호한 상태의 해변은 2015년,2016년 두 해 모두 없었다.보통 등급도 41%에서 2%로 대폭 감소했다.

강릉시는 1년사이 ‘심각(D)’이 12%에서 52%로 증가한 반면 보통(B)은 40%에서 5%로 크게 감소했다.‘심각(D)’ 이 전혀 없던 동해시는 1년 새 심각 해안이 50%로 늘었다. 고성군도 ‘심각(D)’ 해안이 11%에서 65%로,속초시는 33%에서 50%로,양양군은 5%에서 68%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삼척시 역시 ‘심각(D)’ 등급 해안이 20%에서 56%로 늘었다.해안침식 영향으로 백사장도 크게 줄어들었다.해수욕장(해빈 폭)이 2010년보다 10~30% 감소한 곳이 고성은 92.3%에 달한다.속초·양양은 73.1%,동해 87.5%,삼척 78.6%를 기록했다.

# 너울성 파도 피해 잇따라

너울성 파도 역시 해안침식을 가속화하는 요소로 등장했다.국부적인 저기압이나 태풍 중심 등 기상현상에 의해 해면이 상승해 만들어지는 큰 물결인 너울성 파도는 3m 높이의 경우 단위 면적당 1.5t의 힘이 작용할 정도로 위력적이다.강원기상청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올해까지 해마다 동해안에서 너울성 파도가 30차례 이상 발생했다.너울성 파도로 인한 인명피해도 2005년부터 올해까지 연 4.6명 발생했다.사망·실종자가 23명,구조·부상자는 32명으로 집계됐다.피해는 계속되고 있다.해안가 바로 옆에 위치한 산책로와 데크 등은 순식간에 밀려오는 너울성 파도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지난 8월 말 강릉 정동진 모래시계 공원 해안가 나무데크 산책로 90여m가 너울성 파도에 의해 부서졌다.올해 1월에는 너울성 파도로 인해 모래시계공원 인근의 해변 옹벽과 석축이 무너지면서 레일바이크 선로 40여m가 유실됐다.동해안에 설치됐거나 공사 중인 수십곳의 해안 산책로와 도로의 사정도 마찬가지로 너울성 파도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김인호 교수는 “그동안 해안침식은 동해안 일부 지역의 일이었는데 최근들어 동해안 6개 시·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해안침식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후변화를 비롯해 어항구조물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 난개발이 부른 참사 국비마련 시급

해안침식이 계속 되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난개발이다.항만·어항개발과 해안도로 개설 등 각종 인공구조물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파도의 충격을 흡수할 만한 장치가 없어지고 있다.해안 항만 구조물이 설치되면서 사구가 사라지고 일종의 범퍼 역할을 할 사구가 사라지니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모래가 쓸려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각 지자체에서 관광객을 유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해안도로 등 관광상품이 지역주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실정이다.해안침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해안침식은 결국 국토 손실로 이어져 동해안 6개 시·군의 존립과 안보까지 위협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권혁열(강릉) 강원도의회 부의장은 “동해안이 전국에서 해안침식이 가장 심각하다”며 “지방재정만으로는 근본대책 마련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해안침식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현

■ 해안침식 심각(D) 등급 비중 변화

지역 2015년 2016년
 고성  11%  65%
 속초  33%  50%
 양양  5%  68%
 강릉  12%  52%
 동해  0%  50%
 삼척  20%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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