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의 마지막 주를 보내고 있다.연말은 아예 최순실 게이트가 덮어버렸다.주말이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수 백 만명의 촛불이 광장을 메웠다.지난 11월26일 5차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 광장에는 등과 꼬리에 노란 종이배와 리본이 달려있는 ‘세월호 고래’가 등장했다.잊혀져 가던 세월호를 다시 상기시키는 순간이었다.

국회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압도적으로 가결됐던 지난 9일,문득 팽목항이 떠올랐다.세월호 참사 이후 한번도 찾지 못했던 팽목항을 뒤늦게 찾았다.필자가 살고 있는 춘천에서 팽목항까지의 거리는 500km가 넘었다.거쳐야 하는 고속도로도 중앙고속도로와 영동,중부,경부,호남,서해안 고속도로 등 6개에 달했다.

6시간을 달려 도착한 팽목항 앞바다는 무심한 듯 일렁이고 있었다.팽목항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아직도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9명의 희생자 사진이 담겨있는 현수막이었다.그 중에서도 아빠와 아들의 사진이 특히 가슴을 울렸다.바닷속 깊은 곳에서 아들을 꼭 안고 있을,이들 부자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그리고 300여 명의 어린 학생 등 희생자의 영정들….

팽목항 등대에 이르는 길에는 ‘그리운 얼굴들,꼭 가족의 품으로’등 안타까운 사연을 담은 현수막과 노란띠가 가득했다.그리고 ‘기다림의 의자’는 거센 바닷바람의 한 가운데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팽목항은 여전히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의 절규가 들리는 듯했다.그래서 부질없는 일이지만 ‘4월16일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지난 22일 헌법재판소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어느 곳에 위치했었는지,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보았는지 남김없이 밝히라고 했다.헌법상 대통령의 임무인 국민의 생명보호 책무를 다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이제라도 국가기관이 진상파악에 나서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겨울 팽목항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순간에도 ‘우리를 꺼내주세요’라는 소리없는 외침은 여전했다.이들의 외침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7시간의 진실’은 꼭 밝혀야 한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