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숙 횡성소방서장

▲ 원미숙 횡성소방서장

9·11테러 당시 2687명의 생명을 구한 모건스탠리의 기적을 아십니까?

2001년 미국 9·11 테러로 3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금융투자그룹 모건스탠리는 2697명의 직원중 10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살아남았다.이는 당시 모건스탠리의 기업담당 부사장이었던 릭 레스콜라가 8년 넘게 지속해온 대피훈련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그는 1993년 세계무역센터 지하에서 발생한 테러에 의한 폭발사고(6명 사망,1000여명 부상,대피 24시간 소요)를 계기로 문서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재난대응시스템이 필요함을 깨닫고,7년 동안 매분기마다 건물 붕괴를 가상해 24층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임직원들이 비상계단을 통해 건물을 빠져 나오는 대피훈련을 했다고 한다.

1분 1초가 아까운 고액 연봉자들의 거센 반발이 빗발쳤지만 그는 “연봉보다 중요한 건 당신들 생명이고 재난이 닥쳤을 때 인간의 뇌를 움직이는 최상의 방법은 똑같은 훈련을 반복하는 것 뿐”이라고 말하며 고집스럽게 훈련을 실시했다고 한다.그 결과 9·11테러 발생 당시 모건스탠리 임직원 및 고객들은 레스콜라의 지휘 하에 우왕좌왕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피하여 많은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를 비롯한 수많은 대형사고들을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알에서 깨어나려고 작은 몸부림을 끊임없이 치고 있다.물론 아직도 재난대응훈련을 할 때면 삼삼오오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전화를 받기도 하면서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형식적인 훈련이라는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은 비록 아무런 위험도 느끼지 못하고 이끌려 나와 억지로 훈련에 임하고 있지만 이런 어설픈 행동들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다보면 어느 순간 위험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머릿속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망설이지 않고 몸이 먼저 알아서 반응하지 않을까?

세살짜리 어린아이에서부터 몸이 불편한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대응훈련을 계속하다보면 제2의 모건스탠리의 기적은 더 이상 요원하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모든 것을 잃고 난 후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무언가를 하는 일은 더 이상 그만하였으면 한다.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우리 몸이 즉각 반응할 수 있도록 한순간의 수고로움조차 감내할 수 있는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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