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꺼졌지만 희망만은 품고 산 한 해를 보내며…

▲ 강릉 정동진 일출

그날,

하얀 하늘에서 돌 화살이 날아들었다.

바다로 향한 돌 화살은 바닷속 깊은 곳에 심지를 박고 깃털은 살을 떨듯 지축을 흔들었다.

판을 깰 듯이 날아든 돌 화살은 파도를 갈랐고 튕겨져 나간 파도는 이내 화살의 흥분을 식혔다.

내리 꽂은 화살은 육지의 바위들을 으깨었고 조각이 된 바위들은 화살 주변으로 서성였다.

화살은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았고 파도는 세차게 쳤다.

사람들은 화살이 왜 하늘에서 바다를 향해 쏘아졌는지 궁금했다.

화살이 지축을 흔든 사이 파도는 불길을 머금은 빛을 품고 정면을 향했다.

바다와 하늘이 엉겨 붙지 못한 사이로 여명이 터져나왔다.

붉은빛은 사람의 심장을 향해 다시 날아들었다.

빛은 어둠을 거둬 냈고 화살이 온 그 방향으로 쏘아졌다.

이어지는 함성은 다시 바다를 향했다.

느닷없이 날아든 화살의 아픔을 견뎌내고 희망을 품어낸 뒤 붉은 기운을 내놓은 바다에게 사람들은 입맞춤을 했다.

올 한해,

마음은 늘 침식 상태였다.마음은 꺼져갔지만 그래도 희망만은 품고 살았다.

하늘은 늘 푸른 줄 알았다.느닷없이 돌 화살이 날아 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살면서 이렇게 울분에 차 있었던 날도 없었다.분노에 차 거리를 막 쏘다니며 실실 웃었던 날도 없었다.

가정사 돌보기도 어려운 때에 나라 걱정까지 하며 일제 소등을 위해 방안의 불을 껐던 적은 더더욱 없었다.

둘러앉으면 입으로 먹을걸 가져다 넣고 웃기에 바빴던 사람들이 먹는걸 잊은 채 나라걱정부터 쏟아내고 있는 현실에 헛웃음이 난다.

촛불은 거리에 하나,둘 피어 올랐고 마음속 눈물은 강이 됐다.

믿었던 하늘이 사람들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을 때.피할 겨를도 없던 사람들은 강물로 흩어졌고 바다에서 뭉쳤다.

혼돈의 한해를 접고 새해를 맞이할 아침.

어제의 일은 악몽 이길 바라고 눈을 부빈다.거칠고 두툼한 손바닥으로 얼어붙은 얼굴을 격렬하게 문질러 풀고 다시 세상을 본다.

동해에 붉게 떠오른 태양을 보며 간절히 기도한다.

민주가 비단처럼 깔려진 평등의 세상이 다시오기를…

홍성배 sbho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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