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가장 친숙한 가금류가 닭이 아닐까한다.집주변에서 아무렇게나 풀어 놓고 키워도 별 탈이 없다.매일매일 낳는 계란은 풍부한 영양공급원이며,내다 팔면 가계를 꾸려나가는 데 요긴하게 쓰인다.냄새가 좀 고약하긴 해도 배설물도 거름으로 활용된다.요즘은 대량으로 배설물을 모아 비료로 만들어 쓴다.사람과 이처럼 친숙하면서도 버릴 것이라고는 없다.이런 게 바로 닭의 미덕이라 할 것이다.

닭은 대체로 긍정적인 상징으로 많이 인용된다.꿈에 닭이 나타나는 것을 보통 상서로운 일로 생각한다.닭이 알을 품고 있는 것은 재산이 늘고 기쁜 일이 생길 조짐으로 여긴다.예술 분야에서는 좋은 구상이 얻을 것을 예시한다.수탁이 울면 장차 높은 지위에 오르고 닭을 잡는 장면은 보는 것 역시 재물이 생길 운이라고 한다.닭은 그저 바라보는 만으로도 좋은 사람을 만나 인연을 맺을 것을 암시한다.

닭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때를 알리는 역할이라 하겠다.아직 미명이지만 닭이 울면 아침이 가까웠음을 알게 된다.이별의 시간을 앞둔 사람에겐 이 닭 울음소리가 야속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낼 밤야 짧든 마든 이 한 반만 길고지고/저 닭아 우지마라 네가 울면 날이 새리/가실 님 생각을 하니 눈물 앞서노라” 조선 중기의 여류시인 이옥봉(李玉峰)의 ‘저 닭아 울지 마라’에서도 그런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문학평론가 이어령 선생은 “닭의 울음소리는 어둠 속에서 잠들어 있는 모든 생명을 깨워준다”고 말한다.그래서 “닭은 아침의 메신저이고 모든 암흑을 닫아버리는 광명의 예언자”라고 부른다.찬사는 이어진다.“닭 울음소리는 모든 통금(通禁)을 해제하고 어둠에서 새벽을 잇는 다리”라며 “한 시대가 새로운 시대로 가는 다리를 놓는 청부업자가 닭”이라고도 했다.한 해를 맞는 상징으로 이만한 게 있으랴.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가 밝았다.다사다난했던 2016년을 뒤로하고 새 아침을 맞았다.지난해는 격동의 한 해였다.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으로 온 나라가 큰 혼란을 겪었다.나라밖도 미국의 대선결과와 맞물려 국제질서가 요동쳤다.자연계도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AI)로 홍역을 치르기는 마찬가지다.그러나 큰 혼란 뒤에 큰 안정이 온다고 한다.정유년 이 아침이 대전환의 서막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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