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향보다 깊은 ‘주부들의 수다’

▲ 정유년(丁酉年)새해 직장인으로,아내로,엄마로 살아가는 주부 5명이 춘천의 한 카페에서 모여 지난해를 돌아보고 새해의 소망에 대해 이야기 를 나누고 있다. 사효진

정유년(丁酉年) 새해 직장인으로,아내로,엄마,며느리,딸로 살아가는 30·40대 주부 5명이 모여 수다를 떨었다.서민경제,자녀교육,정치문제까지 주부들의 수다는 에스프레소처럼 깊고 진했다.그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는 새해 소망은 “공정한 사회”로 통했다.



 

 

-2016년 어떤 한 해 였는가.

△방정옥(41·주부)=“지난해 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상반기에는 건강을 추스리며 지냈다.최순실 태블릿PC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평범하게 지냈던 것 같다.세월호 7시간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터져나오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촛불집회에 동참했다.7살 딸아이가 컸을 때 ‘2016년에 엄마랑 함께 움직여서 지금 새로운 세상에서 살고 있지’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정현자(47·주부)=“무기력,분노,미안함으로 하반기를 보냈다.소통이 안 되는 사회였지만 시민의식은 깨어났던 시기였던 것 같다.여전히 어둡지만 희망을 본 한 해였다.”

-서민들의 삶도 팍팍해져가고 있다.

△정우영(47·학원 운영)=“경제가 어려우면 부모님들이 가장 먼저 중단하는 게 피아노학원이다.영어학원을 운영하다보니 동종업계의 어려움을 많이 듣게 된다.예체능 학원은 원생수가 급격하게 줄어든다더라.예전에는 현금 만원만 있으면 정말 행복했는데 요즘 만원으로 살 게 없다.”

△최주영(47·자영업)=“마트에 잠깐 갔는데 딸기 한 팩,돼지고기 조금,소고기 국거리용,호박·양파 하나씩 샀는데 5만원이 나오더라.옛날에 5만원이면 며칠은 먹었는데 이제는 2일 먹고나면 동이난다.계란 한판도 만원이 넘는다.점점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밖에서 사먹는 것도 비싸 알바를 하는 큰 아이는 가끔 끼니를 굶고 집에 올 때가 많다.”

△최유미(38·주부)=“ 대기업의 갑질도 숨통을 조여온다.자동차 부품 대리점을 하는데 한 달에 한 번씩 결제를 어음으로 하다보니 제대로 마감을 못하면 부도가 나게 된다.‘이번달 500만원을 못막으면 집이 날아간다는 사실을 대기업은 알까’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교육도 빼놓을 수 없는 관심거리다.

△정현자=“‘공부 열심히 하면 잘 살 수 있다’는 것도 국정농단 사건으로 산산조각났다.대학도 직업학교로 전락했다.이제는 잘하는 거 하나만 밀어주고 싶은 데 사회 구성원들의 변화된 가치관을 교육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최주영=“작은 아이가 중학생인데 자유학기제 얘기가 나왔을 때 기대를 많이 했다.학부모 지원단을 위촉한다길래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위촉장 한 장 온 게 전부다.활동내역이 없다.아이들의 혼란만 키우는 것 같다.”

△정우영=“자유학기제가 올해부터 시행된다고 하면 최소 5년 전부터 관련 교육이 있어야 한다.시작과 동시에 교사들이 연수를 받으니 언제까지 이 제도가 유지될까 싶다.”

△정현자=“시기도 중요하다.중학생은 자유학기제를 단순히 노는 시간으로 생각할 우려가 있다.아직 어린 중학생들에게 직업은 너무 먼 이야기 일 수 있다.”

-새해,각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방정옥=“초등학교 1학년 때 배우는 ‘바른생활’을 다시 공부해야 할 사람들이 많다.지도자들이 ‘바른 생활’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 국민들은 너무 힘들고 아팠다.‘바른 사회’가 되길 바란다.”

△정우영=“정치권이 국민들 눈치를 봤으면 좋겠다.이제 국민들은 안 내려오면 직접 끌어 내린다.시민의 힘을 기억해야 한다.정치에 무심했던 책임을 우리 모두 지고 있다.주부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유미=“개인적으로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다.마음 맞는 친구들이나 엄마들이랑 1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다.왜 해외인줄 아느냐.집에서 전화와도 바로 못오잖아.하하.” 오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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