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삶의 숙성이 주는 묵직함에 지혜가 커지고 시야가 넓어지고 완숙함이 생겨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이들은 것을 농축감이 강한 포도주의 맛과 비유하며 예찬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필가 피천득씨는 나이들어 마음이 안정됐다고 말하는 것은 무디어진 지성과 감수성 판단력에 대한 위로의 말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결국 나이 먹는 것은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서글픈 일이라는 말인데 글쎄다.

프로이드는 나이듬을 거부하는 에이지 디나이얼 (age denial)은 보통 남성은 50세 여성은 40세 전후부터 일어난다고 말한다. 그 나이라면 여성 남성 모두 신체적으로 급변화 되기 시작할 때 쯤이니 결국 사람들은 나이 듬을 제일 먼저 신체적 노화로 깨달으면서 그에 민감한 반응을 하게된다는 것이다.영혼의 노화는 싶게 바뀔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그에 비해 외모는 노력 여하에 따라 변화될 수 있으니 사람들은 어떻게든 신체노화를 막는 것이 안티에이징이라 여기면서 집중한다. 그러나 몽테뉴는 늙음이 얼굴보다 정신에 더 많은 주름을 남기는 것을 경계하라고 조언하고 법정스님도 우리가 꿈과 희망을 저버릴 때 영혼은 많이 주름진다고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안티에이징으로 성형과 시술을 택했는데 이것이 화근이 되고있다.세월호 7시간도 미용에 관한 일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한다.여성이니까 시술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닌데 박대통령 시술은 방법과 시기가 부적절했다. 세월호 시기의 실리프팅 자국의 구멍 뚫린 사진이나 필러시술자국의 멍든 사진이 보여질 때 마다 저렇게까지 집착했어야했나하는 참담함을 느낀다. 내 자식들 몇백명이 수장되고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는 흩으러진 머리에 맨발바닥으로 혼비백산 튀어나오는 것이 대통령으로 훨씬 더 아름다운 일임을 국민은 다 아는데 정작 대통령만 모르는 것 같기 때문이다.

또 한 살을 먹었다고 탄식한다. 그러나 굳이 젊었을 때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그리 강하지 않다. 영원하고 싶은 것도 결국은 지나가고 아주 극한으로 힘들어도 그것 또한 지나간다. 피천득씨 말마따나 ‘어느 나이고 다 살만하다’라는 말이 인생사 정답인 것이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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