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겨울철 비수기 겹쳐
“임금 싼 외국인 자체고용 늘어
열에 다섯은 허탕치기 일쑤”

▲ 9일 새벽 춘천의 한 인력사무소 휴게실에서 일용직 근로자들이 일터 배정을 받기 위해 초조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다.

얼어붙은 경기에 겨울철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설을 앞둔 일용직 시장의 고용한파가 매섭다.9일 오전 5시40분쯤 춘천의 A인력사무소.이른 시간부터 사무소에는 일감을 구하기 위한 건설 일용직 근로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30여명에 달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은 이날 낮부터 강추위가 찾아온다는 소식에 두터운 점퍼와 장갑으로 중무장한 모습이었다.사무실과 야외 휴게실에 옹기종기 모여 자판기 커피로 몸을 녹이며 일감 배정을 기다리는 얼굴표정에서는 절박함이 묻어났다.20여분 뒤 인력사무소장으로부터 호명된 근로자들이 건설현장으로 향하는 승합차에 몸을 싣고 일터로 나갔다

이날 인력사무소에서 일감을 배정받은 근로자는 9명에 불과했다.일감을 받지 못한 나머지 인부 몇몇은 주변을 서성이며 20여분을 더 기다렸지만 끝내 하나 둘씩 짐을 챙겨들고 사무실을 떠났다.박모(48)씨는 “혹시나 하고 기다렸는데,오늘도 허탕을 쳤다”며 “설을 앞두고 ‘공치는 날’이 많아 막막하다”고 말했다.뒤늦게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 2명이 텅 빈 사무실로 들어왔지만 일감 배정이 모두 끝났다는 소장의 말에 허탈해하며 발길을 돌렸다.

건설현장 일용직은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일은 고되지만 임금수준이 높고 당일 현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어 방학을 맞은 대학생을 비롯한 저소득층 근로자에게 인기가 높다.하지만 경기침체에 겨울철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10년 이상 건설현장을 누빈 일용직 근로자들도 일감 찾기가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여기에 상대적으로 임금이 저렴한 외국인 근로자를 자체 고용하는 경우도 많아 건설현장 인력채용 수요는 더욱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A인력사무소장은 “하루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일용직 건설 근로자들이 대다수지만 매년 겨울에는 일이 없어 열명에 다섯은 허탕치기 일쑤”라며 “취업난으로 건설노동을 하려는 청년층과 외국인 근로자까지 늘면서 일감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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