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안 있으면 세계질서의 키를 잡고 있는 미국의 리더십이 바뀐다.엊그제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연임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이 고별연설을 했다.산이든 권력이든 오르는 일보다는 내려오는 것이 더 어렵다.이것은 그저 의례적인 말이 아니라 전례가 이를 잘 증명해 보인다.목하 박근혜 정권은 하산 길에서 대형 사고를 낸 케이스다.임기를 1년 이상 남겨놓은 상태여서 파장이 이만저만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인종차별이라는 거대한 얼음벽을 깨고 권좌에 올랐고 재선에 성공한다.8년 임기의 종료를 일주일가량 앞둔 그의 권력 하산길이 경쾌해 보인다.권좌의 무대에서 내려서는 당사자도 이를 지켜보는 사람도 덩달아 가벼워진다.그는 엊그제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를 찾아 퇴임연설을 했다.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해 냈고 또 할 수 있다(yes we did, yes we can)”라고 말했다.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기실 특별할 것 없는 얘기다.이 평범한 수사(修辭)와 모습이 우리에겐 특별하게 다가온다.지지자들은 ‘4년 더(four more years)’를 외치며 아쉬워했고 그는 그럴 수는 없다며 달랬다.연설이 어려울 만큼 2만여 지지자들의 환호가 계속되자 “아무도 나의 말을 듣지 않는 걸 보니 레임 덕이 온 게 맞다”며 좌중을 웃겼다.그의 지지율은 60%로 임기 말치고는 이례적일 만큼 높다.

지금 그의 하산 모습은 지난 8년 임기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다.그는 퇴임하면 실컷 자는 것이 소원이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면 휴가를 떠날 것이라고 한다.권력자에겐 공과와 영욕이 있게 마련이고 그 또한 예외일 수 없다.그가 예전의 일상과 개인의 자리로 복귀하는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그의 퇴장을 통해 권력이 어떻게 순환돼야 하는 것인지 아울러 보게 된다.

오바마가 짐을 싸는 동안 트럼프가 백악관에 다가선다.그는 전임자가 물러 난 만큼 채워간다.뒷물이 앞 물을 밀어내듯 빈틈이 없다.지난 9일에는 중국의 알리바바 마윈 회장을 만나 5년 간 일자리 100만 개 창출을 약속받았다.다음날 국내 언론은 ‘실업자 100만’이라는 우울한 소식을 전한다.오는 20일 파란을 예고하는 트럼프 시대가 열린다.스텝이 꼬이고 바통을 놓친 우리 정치는 언제 정상화되나.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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