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신춘필담] 5. 공연

최정오 문화강대국 대표
△강원도립극단 사외이사
△뮤지컬 ‘영혼콘서트4-청’,연극 ‘까마귀’·‘상남자 리턴즈2’ 등 극본 및 연출
배요섭 공연창작집단 뛰다 대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졸업
△연극 ‘하륵이야기’·‘시의교실’·‘이 슬픈 시대의 무게’ 등 연출

 

 

 

 

 

 

 

 

 

 

 

공연 늘었지만 완성도 아쉬워                                                 지역 예술 가능성 주목해야
예술에 대한 성숙한 시각 필요                                                중요한 것은 오리지널리티
관료중심 행사 많아질까 우려                                                 올림픽 이후 비전 제시 필수



과거 공연예술은 사람과 자본이 모여 있는 수도권에 집중됐다.그러나 최근 도내에서도 여러 지역예술단체가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강원공연예술의 기반을 조성하고 도민에게 공연예술을 향유할 기회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또 문화올림픽 조성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도 지역공연예술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강원공연예술계의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본다.



■ 2016년 강원공연예술계를 돌아본다면.

△최정오=공연의 양이 대폭 늘었다.18개 시·군들도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1시·군 1대표 공연 작품’을 제작해 지난해 2월 첫선을 보였다.또한 시·도 문화재단 또한 여느 때보다 많은 기획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강원도 대표적인 예술 단체들도 제각기 보다 관객 친화적인 공연들을 기획·제작했다.하지만 질적인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행사 축제 같은 ‘보여주기식’ 공연은 늘고,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배요섭=지난해 2월 문화올림픽 조성을 위해 열린 G-2년 문화행사에서 도내 18개 시·군에서 준비한 전통연희,음악,무용,연극,총체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한 자리에서 선보여졌다.다소 무모한 점도 있었지만 각 지역의 문화적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또 속초의 런갯마당,원주의 아울과 노뜰,춘천의 문화강대국 등 각 지역 공연예술단체들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강원공연예술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과거보다 활성화되고 있지만 아직도 지역 예술 환경은 척박하다.지역 예술이 발전하려면?

△최정오=예술은 감성과 철학으로 싹을 틔운다.감성은 시대적·환경적 문제이고,철학은 개인적·주체적 문제이다.지역예술이 발전하려면 지역인의 공감대와 예술에 대한 철학이 성숙해야 한다.단순 재미나 볼거리,유명세나 정치성향으로 공연예술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공연예술의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기준점은 절대 아니다.보다 성숙한 시각과 긴 호흡으로 지역의 예술단체와 예술인들에게 관심을 갖고,좋은 작품은 널리 알릴 제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배요섭=지역 예술의 광활한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상업주의와 자기만족에 빠져 길을 잃고 헤매는 대도시 중심 예술의 대안으로 많은 예술가와 문화활동가가 지역 예술을 지목하고 있다.지역적 특성에 기반을 둔 다양한 예술적 시도는 중심과 주변의 경계를 무너뜨리고,장르의 벽을 허물고,예술과 일상의 틈을 메우는 아주 중요한 움직임이다.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이런 몸짓이 생기고 이 몸짓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힘을 실어준다면 진정한 의미의 지역 예술이 빛을 발할 것이다.

■강원 공연예술계가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 한 가지를 꼽는다면,그리고 이를 극복할 방안은?

△최정오=중앙에 대한 환상이다.외국이나 중앙에 대한 환상은 지역공연예술에 대해 선입관을 갖게 한다.이것은 스스로 세련되고 입체적이지 못한 편협한 문화적 정서를 갖고 있다고 반증하는 것이다.중앙의 공연예술은 이미 노화했고 쇠락했다.그에 반해 지역의 공연예술은 무궁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편식된 문화는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 줄 수 없다.가까운 공연장을 찾는 일상이 윤택한 삶을 위한 상식이 되어야 한다.

△배요섭=지역이라는 콤플렉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지역예술가들은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자신들이 행하고 있는 것들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중앙의 흐름에 연연해 하거나 열등감을 가져서는 안 된다.중요한 것은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다.예술적인 고유성은 예술가들이 처한 상황,정신에서 비롯된다.중앙에 없는 것,강원도에만 있는 것들이 있다.예술이 이 지역의 삶,역사와 만날 때 생기는 특별한 불꽃,울림이 있다.지역 예술가들이 이를 명심하고 묵묵히 예술 작업을 이어갈 때 강원도의 예술이 살아나리라 믿는다.

■한 해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 준비로 도내 문화계도 분주하다.올림픽이 강원 공연예술계에 미칠 영향과 진정한 문화올림픽 조성을 위해 나아갈 방향은?

△최정오=올림픽은 분명히 호재다.우리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이고,그에 따라 새로운 관객들도 몰려올 것이다.하지만 손님 접대에 치중하다 보니 중앙 등 외부에서 작품들을 초청하거나,안정감을 위해 외부 예술인들을 영입한다.또한 올림픽 붐 조성이라는 미명 하에 진정한 예술 작품보다는 가볍고 흔한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문화올림픽이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관료적 사고의 행사만 많아질까 걱정된다.

△배요섭=올림픽을 통해 문화예술을 활성화하고 지원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하지만 문화예술은 몇 년 지원하고 독려한다고 해서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만 한다.이번 올림픽은 강원공연예술 발전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모든 시·군에서 하나의 대표 공연을 만들어 올림픽 기간 내 선보이겠다는 정책은 근시안적이고 행정가적인 발상이다.이 정책이 정말 지역 문화예술을 위한 것이라면 올림픽 이후 이 정책을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비전까지 제시해야 한다.각 시·군에서 준비하고 있는 공연의 결과와 상관없이 끝까지 지원하고 응원해줄 수 있다면 진정한 의미의 문화올림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새해 각오 혹은 앞으로의 공연 계획은.

△최정오=언제나처럼 본연의 자리에서 지역과 문화강대국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며,작품 활동에 전념할 것이다.지난해 많은 호평과 사랑을 받았던 강제 징용공의 이야기 연극 ‘까마귀’의 앙코르 공연과 새로운 신작들을 몇 가지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올해 가장 주력하고 있는 새 작품은 마당극 ‘라임의 왕 김삿갓(가제)’이다.영월과 관계가 깊은 인물 김삿갓을 민요와 힙합의 조화로 보다 세련되고 현대적인 느낌의 마당극을 선보일 계획이다.또한 풍물인 홍성순과 한국무용가 백형민의 새 작품 풍물극 ‘벽사’를 준비하고 있다.

△배요섭=공연창작집단 뛰다는 올해도 화천의 문화공간예술텃밭을 지역의 문화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꾸준히 새로운 것들을 시도할 것이다.신작 청소년 연극 ‘초승달’을 발표하고 전국 중·고등학교 순회공연을 펼칠 예정이다.해외 극단과의 교류 작업도 진행한다.영국의 웨일즈국립극단(NTW)과 예술가 창작 레지던스를 열어 화천에서 2주 동안 함께 밀도 높은 창작 작업을 한다.길을 잃지 않고 화천 지역만의 특별한 예술 작업들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올해의 바람이다. 최유란 cyr@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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