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에서 흰색 박쥐가 나타났다.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가 올해 첫날 조사에서 온몸이 하얀 박쥐를 발견했다는 것이다.이 박쥐는 이례적으로 온몸에 다른 색소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흰색 동물은 예부터 상서로운 징조로 여겨왔는데 마침 동계올림픽을 앞둔 평창에서 발견돼 주목을 끈다.하얀 박쥐의 출현이 대사를 앞둔 지역에 좋은 조짐이 됐으면 하는 기대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박쥐는 대체로 음습하고 부정적인 상징으로 많이 쓰인다.어두워지면서 활동을 하고 먹이를 찾는 야행성이다.낮에는 동굴의 벽이나 천정,바위틈에 매달려 지낸다.청각이 뛰어나게 발달해 소리의 반향을 귀로 듣고 장애물이나 먹이의 방향과 위치,사물의 크기와 움직임을 파악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식충성의 작은 박쥐류는 해충을 잡아먹지만 큰 박쥐류는 과수원을 습격해 피해를 주기도 한다.

저 편한 대로 이랬다 저랬다하거나 변덕이 심한 사람을 박쥐와 같다고 하는 데서도 그 부정적 이미지의 일단이 드러난다.꿈에 박쥐가 나타나는 것을 망설임,불안,야행성,괴한,질병 등의 전조로 보는 경향도 그렇다.박쥐가 거꾸로 매달린 것은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뜻하고,박쥐가 덤벼드는 것을 목격하면 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을 얻거나 괴한이 나타날 수 있다는 암시라는 게 해몽가의 풀이다.

“너는 본래 기는 즘생/무엇이 싫어서/땅과 낯을 피하야/음습한 폐가(廢家)의 지붕 밑에 숨어/파리한 환상과 괴몽(怪夢)에/몸을 야위고/날개를 길러/저 달빛 푸른 밤 몰래 나와서/호올로 서러운 춤을 추려느뇨” 유치환의 ‘박쥐’라는 시의 전편에도 그런 음울한 정서가 깔려있다.동물의 백색증은 돌연변이의 일종이라고 한다.하얀 박쥐의 출현 또한 박쥐의 일반적인 특성으로부터 벗어난 반전이라고 하겠다.

평창에서는 한일월드컵을 앞둔 2002년에도 흰색 사슴이 태어나 화제가 됐다.당시 평창읍 한 농원에서 태어난 흰색 사슴은 월드컵 4강 신화의 길조로 여겼다.평창올림픽을 꼭 1년 앞두고 있으나 안팎의 사정은 녹녹치 않다.올해는 올림픽 성공과 국운 상승이 걸린 중요한 한 해다.드물지만 중국에서는 박쥐를 행복의 상징으로 여긴다고 한다.작은 조짐을 큰 상징으로 완성하는 건 결국 사람의 몫일 것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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