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춘

강릉우체국장

새벽에 집을 나서 길을 걷다가 ‘빼는 것이 플러스다’라는 광고카피를 보았다.그 카피는 이전에도 그 자리에 적혀 있었고,이미 몇 차례 그것을 보았을 테지만 마음에 와 닿지 않았는데,그날은 눈에 쏙 들어왔다.아마 그 카피를 만든 이는 ‘가격 거품과 품질 걱정은 빼고 생활에는 플러스가 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으리라 짐작된다.내한테는 그 카피가 ‘살을 빼는 것이 건강에는 플러스’다로 다가왔고,비움과 채움에 대해 생각하게 하였다.

우리는 비우기보다는 채우려한다.비우지 않고는 채울 수 없는데도 말이다.독선,나태함,자만심 등을 비우거나 줄이면 자연스레 유연성,근면,겸손 등이 채워질 수 있다.자만심과 겸손이 어찌 함께 할 수 있겠는가.겸손하려면 자만심을 버리면 된다.너무 많이 채우려다가 잘 못되는 비극을 우리는 주변에서 많이 본다.한 개인의 삶만 그렇겠는가.조직이나 국가의 성공과 실패도 비움에서 비롯된다.중국 촉나라 유비는 도원결의와 삼고초려 등 수많은 고사성어의 주인공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특히 삼고초려는 지금도 훌륭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자주 사용된다.제갈량을 삼고초려 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바로 비움이었다.인력풀시스템에서 측근중시의 편협성을 버리고 비우니 당대 최고의 전략가인 제갈량이 보였고,누추한 초가집을 세 번이나 찾아간 끝에 수석참모로 데려올 수 있었다.이후 유비는 손권과 연합하여 적벽대전에서 조조를 격파하는 등 승승장구 하였다.

달도 차면 기울 듯이 유비는 의형제인 관우의 원수를 갚고 형주를 수복하기 위한 이릉전투에서 참패를 한다.병력분산,제갈량 배제,지휘관의 전략과 전술 부재 등 여럿이 패인으로 꼽히지만 가장 중요한 패인은 유비가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집착을 한 것이었다.개인의 복수를 위해 국가간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참모들이 수차례 냈으나 유비의 마음은 복수심으로 꽉 채워져 있었기에 부하의 의견이 들어갈 틈조차 없었다.동서와 고금을 떠나 비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개혁을 한다면 새로운 사업이나 제도를 시작하여 국민을 번거롭게 만들기 보다는 있는 일 가운데서 해로운 일,필요 없는 일을 없애는 것이 훨씬 국민을 위하는 일이라는 것이다.우리 모두가 가슴에 새길만한 말이다.엊그제 시작한 듯싶은 정유년이 벌써 1월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올해의 성공을 비움에서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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