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진실을 감당할 수 없어!(You can’t handle The Truth!)”.영화 ‘어 퓨 굿 맨(A Few Good Men)’에서 잭 니콜슨(제셉대령)이 톰 크루즈(캐피중위)에게 독기를 품고 뱉은 말이다.1992년 공개된 이 영화는 쿠바 관타나모의 미군 해병대기지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다룬다.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레드코드(가혹행위)를 파헤치는 법정 공방이 흥미롭다.영화는 조직(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과 권력에 순치된 개인의 무력감을 고발한다.‘진실을 감당할 수 없다’고 단언하는 제셉 대령의 대사가 압권.

정점으로 치닫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A Few Good Men’과 오버랩 된다.실체적 진실에 다가서는 특검수사와 대통령 탄핵심판.그러나 권력서열 1위나 다름없던 최씨와 대통령의 그림자로 군림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태도는 ‘제셉대령’ 판박이다.사죄와 반성을 찾아볼 수 없다.자신들의 행위를 국가에 대한 충성이라고 강변한다.증거를 들이대면 침묵과 모르쇠.그들은 여전히 “멍청한 개돼지들아! 너희들은 진실을 감당할 수 없어”라고 소리친다.

영화에서 가해 병사들의 변호를 맡은 톰 크루즈는 애초부터 진실을 파헤칠 용기가 없다.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려 한다.현실의 벽(재셉대령)을 넘어설 수 없다는 일종의 트라우마.그를 돕는 데미 무어의 조언과 자극이 없었다면 이 사건도 유야무야 됐을 것이다.대통령과 최 씨의 국정농단도 마찬가지.당초 이 사건은 ‘나라(대통령)을 뒤흔드는 국기문란이자 음해’로 규정됐다.의혹 제기 자체가 반역이었다.촛불민심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특검도 헌재심판도 상상에 그쳤을 것이다.권력자에겐 ‘나의 국민(my people)’만 존재했을 테고.

대중가요는 그 시대를 읽는 거울이다.가수 이세진은 ‘날아올라’라는 노래에서 “요즘말이지/참 살기 힘들어/뜻대로 되는 것 하나 없네/몸은 힘들어 또 맘은 병들어/사는게 hell, 아~왜 태어났니”라고 읊조린다.그러면서 “바닥쳤잖아 다시 한번 날아 올라”라고 다짐하지만 이내 “포기가 습관이 돼버린 세상”이라고 한탄한다.그러나 반전은 있다.가수 진성은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라는 노래에서 “인생이 끝나는 것은 포기할 때 끝장이다”고 외친다.국정농단사건이 그렇지 않은가.국민이 포기할 땐 끝장!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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