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울음소리, 세상 웃는소리] 저출산 간담회

▲ 민소담 도여성가족연구원 책임연구원,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 김지영씨,김유진 도 출산정책팀장(사진 왼쪽부터)이 최근 춘천의 한 카페에서 만나 도내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서영
▲ 민소담 도여성가족연구원 책임연구원,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 김지영씨,김유진 도 출산정책팀장(사진 왼쪽부터)이 최근 춘천의 한 카페에서 만나 도내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서영
저출산으로 강원도 일부 지역이 소멸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고민을 해온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29개월 아들과 10개월 딸을 키우고 있는 주부 김지영(40·춘천)씨와 김유진 도 출산정책팀장,민소담 도여성가족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출산과 육아의 실전,정책,연구를 담당하는 동시에 같은 여성인 세 사람이 도내 출산률을 높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저출산 문제가 강원도는 물론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민소담=예측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2014년에 미래 강원도 인구 추계를 예측한 자료를 보면 2025년까지 매년 11000명의 신생아가 태어날 것으로 봤으나 이미 지난해 10000명 선으로 떨어졌다.출생아 수뿐 아니라 청년 인구도 빠르게 줄고 있다.2000년 도내 인구의 24%를 차지하던 청년 인구는 2015년 17%로 급감했다.반면 노인 인구 전입이 늘며 오히려 강원도 전체 인구는 증가세다.도내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김유진=도내 출생아 수는 2015년 10900명,지난해 10201명으로 올해는 10000명 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강원도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문제가 심각해 정부도 최근 기본 계획을 수정해 더욱 적극적인 정책을 펼칠 것을 예고했다.지난주 공무원 대상 저출산 관련 교육 중 각자 희망 자녀 수를 적어보라고 했더니 남자들은 평균 2~3명인데 여자들은 대부분 1명으로 남녀간의 온도 차가 뚜렷했다.
△김지영=올해 마흔에 들어섰는데 주위 보면 아직 결혼을 안 한 친구들이 많다.직장을 가진 친구들의 경우 일에 빠져 결혼할 생각을 크게 하지 않는다.늦게 결혼하는 추세이다 보니 결혼을 해도 아이를 갖지 않는 친구들도 많다.또 요즘 문화센터 가 보면 자녀를 하나만 낳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아예 아이를 많이 낳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아니면 낳지 않거나 하나에 그치는 것 같다.
■ 출산을 기피하는 주요한 원인은.
△민소담=여성의 사회 진출은 증가하고 자기 삶을 즐기려는 욕구도 강해지고 있는 반면 여전히 출산과 양육은 엄마만의 몫인 경우가 많아서인 것 같다.적령기 여성들은 ‘결혼할 수 있을까? 결혼은 어떻게 한다고 해도 아이까지 낳고 지금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팽배하다.일과 결혼·출산을 병행하는 상황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김유진=동의한다.일과 출산·양육을 병행할 수 있느냐가 여성이 자녀 계획을 세울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것이다.가족과 사회의 도움이 없이 여성들만의 ‘독박육아’로 흘러간다면 당연히 둘째아이는 생각도 못하게 된다.그러니 저출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지 않는 사회 인식과 환경이다.
△김지영=도내 청년,여성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은 것도 원인 중 하나인 것 같다.타지에서 일하다 결혼하며 춘천으로 왔는데 정말 일자리가 없다.일을 하는 동안 아이를 맡길 곳도 마땅치 않다.그래서 남편 외벌이로 아이 둘을 키우려니 경제적 어려움이 많다.지자체에서 지원금이 나오긴 하지만 실제 육아에 필요한 금액에는 한참 모자란다.
△민소담=지난해 2030 미혼자들이 생각하는 아이 1명을 낳고 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월 소득 조사가 있었다.결과는 500만원이었다.그런데 요즘 평균 월급이 계약직은 150~200만원,정규직은 200~250만원 안팎이다.그럼 맞벌이를 해야 아이 하나를 키울 수 있는데,그럼 또 아이는 누가 보느냐는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

△김유진=아이는 엄마 혼자 키우는 게 아니다.아빠는 물론 공동체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사회가 돼야 한다.이를 위해 먼저 인식이 개선돼야 하고 출산과 육아를 위해 남녀 모두 경력,승진 걱정 없이 휴직하고 지원받을 수 있는 등 다양한 사회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이를 위해 강원도는 올해를 저출산 극복 원년의 해로 삼고 결혼·출산·양육친화적 환경조성 종합대책을 수립해 31개 핵심 시책을 추진하는 등 일·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도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김지영=정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홍보도 중요한 것 같다.출산과 양육을 지원하는 정책들이 많은데 정작 엄마인 나는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출산 육아와 관련한 정책 채널을 일원화하거나 지원 대상 주부에게 알려주는 방식의 시스템이 필요할 것 같다.
△민소담=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도 필요하다.청년들이 안정적인 삶을 꾸릴 수 있도록 일자리가 충분히 제공되고 적정 수준의 임금과 노동 시간이 보장돼야 그 후에 결혼과 출산을 생각할 수 있다.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가고 있는 분위기다.청년이 마음 놓고 결혼과 출산을 꿈꿀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출산,양육 지원 이전에 먼저 안정적인 노동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김유진=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희망 자녀 수는 존재한다.희망 자녀 수가 있는데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지 못하는 원인을 파악하고 이 부분을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최근 회사의 젊은 직원들과 이야기해보면 결혼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게 느껴진다.그러나 사회를 지탱하는 기초 단위는 가정이다.가정이 행복과 직결된다는 기대를 사회가 심어줘야 한다.
△김지영=육아는 물론 힘들다.경제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늘 한계에 부딪힌다.그러나 아이들은 닮을 얼굴을 맞대고 자는 모습만으로도 벅찬 감동을 주는 보물 같은 존재다.엄마가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엄마가 행복하면 아이와 가족,나아가 공동체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라 믿는다. 정리/최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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