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배 동해주재 취재부국장
▲ 홍성배 동해주재 취재부국장
태어날 때부터 심줄 곳곳에 그림을 잘그리는 재능을 품고 태어난 듯 하다.밑 그림없이 사진을 찍듯 사물을 보고 물감을 도화지 위에 턱턱 찍어 색을 입힌다.색은 어느 덧 물체로 나타나고 형언할 수 없는 그림으로 탄생한다.그의 그림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볼 수 밖에 없다.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줄 모르는 문외한도 따뜻하고 순수한 온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지난달 동해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초청 전시된 이장우 화가의 얘기다.

그는 맑은 영혼이 스스로에게 갇혀 있는 자폐 화가다.8일간 전시된 전시장에는 연일 사람의 발길이 이어졌다.처음에는 사람들이 무심코 들렀다 그림을 보고 깜짝 놀라 다시 전시된 그림 한점 한점을 곱씹어 봤다.뒤이어 자폐 화가라는 소리를 듣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어떤 사람은 한참 동안 그림 앞에 앉아 넋을 놓고 바라 보았으며 어떤 이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단풍이 그려진 작품 앞에서는 “가을 단풍 구경을 여기서 다했네”라고 말하기도 했다.또 어떤 이는 “동해시에서 이런 작품 전시도 하다니 정말 감사하다”라는 말도 흘러 나왔다.

그림 그리는 화가도 화가지만 이런 아들을 묵묵히 길러낸 부모는 참 대단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장애인 단체에서도 줄을 이었다.장애 학부모들은 아이 손을 잡고 찾기도 했다.그런데 이런 모습들이 다소 낯설었다.이토록 그림 앞에서 시민들이 감동하고 기뻐하며 행복해 할 수 있다니.이 작가의 그림은 분명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경지에 오른듯 하다.그리 크지 않은 도시의 한 미술 전시회에 끊임없이 발길이 이어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그것은 소위 말하는 입소문과 현대 시대가 만들어낸 SNS의 위력 덕분이었다고 본다.전시회 하나가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감동을 받았던 사람들은 주변에 다시 알리는 작업.이 작업이 지속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지역의 문화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동해시문화예술회관은 올해 대공연장 84회,소공연장 4회,야외 공연장 12회,전시회 16회를 가졌다.적지않은 공연·전시다.하지만 지역의 많은 문화 예술인들은 땀흘려 완성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거나 전시를 더 자주 열고 싶어한다.시민들도 좋은 작품들을 감상하는데 목말라하고 있다.지자체는 이들의 열망에 더 가까이 다가가 적극적인 투자를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가끔 이런 생각을 떠올린다.전망좋은 바닷가에 미술관이 있어 뭉크의 ‘절규’,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폴 세잔의 ‘에스타크의 바다’,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과 같은 작품들이 전시된다면 사람들이 지역으로 몰려오지 않을까.내년 말쯤이면 동해까지 KTX가 놓여질 예정이다.서울의 도시민이 경치 좋은 곳에서 높은 수준의 음악을 감상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볼 수있다면 지역 찾기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인구 늘리기와 관광객 유입 정책이 멀리있지 않다.지자체는 지역의 문화에 질감 좋은 옷을 입히고 과감히 투자하는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시대가 변하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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