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2017년 8월17일 청와대.문재인 대통령의 집무실이 활짝 열렸다.청와대는 취임 100일을 맞아 비서동으로 자리를 옮긴 최고 통수권자의 내밀한 공간을 국민에게 선보였다.문 대통령은 집무실을 찾은 기자 한 명 한 명을 특유의 선한 웃음과 함께 “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라고 반겼다.대통령 책상 한편에는 한완상 교수의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기자 오연호의 ‘노무현,마지막 인터뷰’,경제학자 우석훈의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언론인 홍석현의 ‘한반도 평화 만들기’,학자 박진도의 ‘부탄 행복의 비밀’ 등이 꽂혀 있었다.‘문재인 대통령님께’로 시작하는 A4용지 크기의 서한도 책상에서 꺼릴 것 없이 기자들을 맞았다.유사이래 첫 대통령 집무실 완전 공개였다.

2018년 12월1일 아르헨티나발 뉴질랜드행 대통령 전용기.기자 간담회 사회를 맡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입을 열었다.“약속한 대로 5개(질문을)받기로 하겠습니다” 말투에 쇳소리가 묻어났다.마이크를 건네 받은 문 대통령과 기자단 사이에 질의와 응답이 오가며 긴장이 새파랗게 고조됐다.A기자 “미국이 한국에 대한 불만이나 불신에 대한 우려가 있어 왔던 것 같다.어떻게 판단하나?” 문 대통령 “불협화음이 있다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 도대체 어떤 근거로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어요.근거 없는 추측성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B기자 “경제는 골치 아프니까 내년에 3년차 맞아 꼭 성과를 내고 싶은 분야가 어떤 것인지?” 문 대통령 “더 말씀 안 하셔도 될 것 같고요,외교문제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C기자 “국내 문제에 대해서 질문을 받지 않으시겠다고 하셨지만 큰 사안이 벌어졌기 때문에 안 드릴 수 없습니다” 문 대통령 “제가 받지 않고 답하지 않겠습니다” 기자 “(침묵)….” 정상외교 동행 취재가 허니문은 아니지만 파경 직전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데드 크로스(dead cross)를 이뤘다.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섰다.한국갤럽이 21일 발표한 조사에서 긍정 45%,부정 46%로 나타났다.취임 100일을 전후한 2017년 8월 조사에서 긍정 평가는 78%를 기록했다.1년 4개월여 동안 무려 33% 포인트가 무너졌다.왜? 국정 지지도가 데드 크로스를 이루는 시점에 반드시 나타나는 적색등이 있다.불통(不通)이다.2015년 1월 박근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소통을 위해 장관들의 대면 보고가 부족한게 아니냐는 질문이 제기됐다.돌아온 대답이 걸작이었다.“(옛날에는)전화도 없고 이메일도 없었지만 지금은 대면 보고보다는 전화 한 통으로 더 편리할 때가 있습니다.(배석한 장관과 수석을 바라보며)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침묵)….”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문창극 총리 후보자 사퇴론,김기춘 비서실장 책임론이 거세진 2014년 6월 지지도가 처음으로 데드 크로스(긍정43%,부정48%)를 맞았다.대면 보고가 필요하냐고 일갈하던 2015년 새해 아침에는 부정이 51%까지 껑충 뛰어 긍정을 11% 포인트 웃돌며 ‘불통령’으로 우뚝 섰다.

‘국민의 나라,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에서 낙하산 인사,금뱃지 갑질,고용 세습,민간인 사찰이라는 구체제의 유령이 한낮에 어슬렁 거리고 있다.국민 안전과 안심사회를 다짐했지만 강릉 KTX 탈선에서 보듯 후진국형 사건사고가 언제 어디서 우리를 덮칠지 아무도 모른다.소득주도성장으로 압축되는 문재인표 경제정책은 기업인과 자영업자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고잉 마이웨이’다.위기의 중심에 문제는 또 다시 소통이다.대화의 방식을 일방적으로 재단하고 참모들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정권에게 데드 크로스를 넘어 반전의 골든 크로스(golden cross)는 한낱 신기루다.박근혜 정권이 생생한 반면 교사다.미네르바의 올빼미가 황혼녘에 날개를 펴면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