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十代 名閥' 위상 名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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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서면 방동1리에 남양 홍씨 남양군파 낙향조 마천공 홍일동 묘소가 있다. 사진은 묘비
 남양 홍씨는 동성동본이나 조상을 달리하는 두 계보, 즉 <당홍>과 <토홍>으로 나뉜다. 고구려 영류왕이 덕예와 학문을 갖춘 여덟 명의 학사(學士)를 보내달라고 당나라에 요청하자 당 태종이 문화사절단을 고구려에 파견했다. 당홍(唐洪)은 그때 고구려로 건너온 8학사 가운데 한 사람인 홍천하(洪天河)를 선시조로 하는 귀화파이고, 토홍(土洪)은 고려 고종 때 금오위 별장(別將;7품직 무관)을 지낸 홍선행(洪先幸)을 시조로 하는 토착파이다.


시조-당에서 귀화한 홍천하(洪天河) 중시조-태사공 홍은열(洪殷悅)

 "남양 홍씨 중에서 강원도 춘천과 삼척, 강릉지역으로 낙향한 계파는 귀화파인 당홍계입니다. 당홍과 토홍을 비율로 따지면 8대 2정도, 우리 당홍계가 압도적으로 많지요."
 춘천시 서면 방동1리에 있는 낙향조 묘소를 필름에 담기 위해 찾아가면서 홍순교(洪淳交) 남양 홍씨 남양군파 마천공계 종친회장은 잠시도 쉬지 않고 집안 내력을 필자에게 들려주었다. 남한에만 70만 명 정도 종친들이 퍼져 있고 인구 순위로 따져도 20위 안에 든다고 했다.
 운교동 종친회 사무실로 찾은 것은 묘소를 필름에 담은 지 이틀 지난 뒤였다. 종친회장과 평소 안면 있는 홍순택 종친회 총무가 미리 나와 필자를 기다리고 있었고 잠시 뒤에 홍성린 종친회 이사가 들어와 설명을 거들기 시작했다.
 "우리 선시조 홍천하 어른은 고구려에 들어와 당의 문화를 널리 보급시켰다고 <조선씨족통보>에 전하지요. 삼한 통합에 따라 신라로 넘어간 홍천하 어른은 유학 발전에 공을 세워 문무왕 때 당성백(唐城;남양의 옛 지명)에 봉해지고 신문왕 때 태자의 스승으로 추대되었다고 합니다."
 그후 당성은 지명이 남양(경기도 화성군)으로 개칭되었다. 홍천하의 후손들은 남양(南陽)을 본관으로 삼고 고려 개국공신 태사공 홍은열(洪殷悅)을 1세조로 하여 세계를 이어오면서 조선조에 이르러서는 '십대명벌(十代名閥)'로 꼽히는 명문으로 우뚝 섰다.
 "선시조 천하 공 이후 10세손까지는 생몰연대라든지 행적을 상고할 길 없어 족보에만 그냥 성명을 등재해 놓았을 뿐이구요, 고려 태조를 도와 삼한통합에 공을 세운 개국공신 태사공 홍은열 할아버지를 중시조로 모셔 세계를 이어오고 있답니다."
 홍순교 종친회장은 벽에 걸린 세계표를 가리켰다.
6세손 홍관(洪灌) 고려 충신·명필
 "고려 때 빼놓을 수 없는 남양 홍씨 인물은 중시조의 6세손 홍관(洪灌) 어른이지요. 고려 인종 4년(1126년)이던가, 이자겸의 난 때 임금을 호위하다가 척준경의 무리에게 살해되어 순절한 분인데 학문으로 보거나 충절로 봐도 정몽주 선생과 맞먹는 당대의 인물이랍니다."
 홍관은 신라 김생(金生)의 필법을 이어 당대의 명필로 꼽힌다고 홍순교 종친회장은 말했다.
 “숙종 때 왕명에 의해 집상전의 편액과 회경전의 병풍에 서경(書經) 무일편을 썼구요, 해동역사에 보면 보문각, 청연각의 글씨를 비롯해 보전화루의 병풍과 편액도 그 어른이 남긴 필적이라고 전합니다.”
 홍관의 현손 10세손 홍진(洪縉)은 고종 때 중서사인으로 최자와 함께 사신으로 몽고에 다녀왔고 원종 때 병부상서에 이어 동지추밀원사(종2품)에 이르렀다. 그의 아들 홍규(洪奎)는 충숙왕비 명덕태후의 부친으로 충선왕 때 판삼사사를 지냈고 나중에 남양부원군에 봉해졌다. 홍규의 사촌형 홍자번(洪子藩)은 고려와 원의 연합군이 일본을 정벌할 때 전라도 지휘사가 되어 전함을 건조했고 원의 간섭과 간신배들의 이간질로 벌어진 충렬왕과 충선왕 부자간의 불화를 수습하는 공을 세워 신망이 두터운 충신으로 이름을 떨쳤다.
 조선 초의 인물로는 개국공신 홍길문이 남양군에 봉해지고 그의 아들 홍여방은 전주부윤을 거쳐 이조판서를 역임했고, 세조 때 공을 세워 공신 녹훈을 받은 홍윤성은 예조판서를 거쳐 영의정에 올랐다. 홍달손은 좌의정, 홍순손은 판서를 역임하는 등 이들은 당홍 융성의 기반을 다진 인물들이다.
강원도 낙향 파조는 남양군파
 “융(戎)자, 경(敬)자, 순(順)자, 윤자성자(允成) 어른의 아들 대 즉 13세손에 이르러 우리 남양 홍씨 당홍계는 16개 파조로 분파하게 됩니다. 16개 파조 중에서 남양군파와 문정공파가 당홍 전체의 70%를 차지하지요.”
 “춘천이나 강릉 삼척 방면으로 낙향한 파조는 누구시죠?”
 필자가 빠르게 물었고 종친회장이 천천히 대답했다.
 “낙향조의 파조는 첨의를 거쳐 삼사(三司;정3품)를 역임하고 삼중대광(정1품)에 올라 남양군에 봉해진 홍자주자(洪澍) 어른이시지요. 홍주 공은 슬하에 네 형제를 두었는데 맏이 흥(興)은 풍채가 좋기로 소문났던 어른으로 강원도 관찰사와 호조참판을 지냈고, 둘째 은(恩)은 삼사 좌윤, 셋째 징(徵)은 판밀직사, 한성부사, 대제학(정2품) 등을 역임하고 광정대부로 당산군(唐山君)에 봉해졌고, 막내 빈(斌)은 판사를 지냈다고 기록에 전합니다.”
 15세손은 6형제인데 춘천 낙향조는 넷째 홍상직(洪尙直)의 후손이 된다. 홍상직은 두 형제를 두었는데 둘째가 대제학을 지내고 사후에 춘천 서면에 묻힌 낙향조 홍일동(洪逸童)이다.
 “춘천 낙향조는 방금 말씀드린 대제학을 지낸 홍일동 어른이시고 삼척, 강릉으로 낙향한 할아버지는 교수공계입니다. 낙향조의 부친 상자직자 어른은 14세손 홍징의 후손인데 평안도 출신들을 홀대한다고 불만을 품고 반란을 주도했던 홍경래의 후손이 되기도 하지요.”
 중시조의 16세손 낙향조 홍일동은 중시에 합격하고 진헌관, 중추부사, 정헌대부를 거쳐 대제학에 올랐다. “해동명신전”의 기록에 오른 인물이다.
 “남양군파 파조 홍주의 아들 홍흥 어른처럼 우리 낙향조 할아버지 홍일동 어른도 9척 거구로 보통 사람 다섯 배의 식사를 할 정도였고 술 40두를 앉은자리에서 마셔버렸다니 어디 믿겨지겠습니까? 세조10년(1464년) 충남 홍성에서 작고하셨고 그 뒤에 후손들이 이곳으로 묘소를 옮겨왔지요.”
 종친회장의 설명이 끝나자 필자는 강원도와 연관을 짓고 싶어 의도적으로 세계를 물었다.
 “낙향조 일동(逸童)과 귀동 어른의 형제들은 그 후손이 어떻게 이어집니까?”
 “두 형제 중에서 맏이 홍귀동(洪貴童) 할아버지의 후손은 국회의원을 지낸 홍창섭 씨 집안이고 둘째 일동 할아버지의 후손은 우리 집안, 그러니까 국회의원과 교육감을 지냈던 홍종욱 씨 집안이구요. 셋째로 태어난 길동(吉童)은 서자 출신이라 집안에서 말하기 좀 꺼리는 어른이신데....”
허균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의
길동은 남양 홍씨 실존인물인가
 혹시나 해서 필자는 귀를 세우고 반문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홍씨 성에다가 길동이라. 허균 선생이 쓴 한글소설 '홍길동전'의 주인공 홍길동과 이름이 같군요.”
 종친회 사무실 안이 좀 굳어진 느낌이 든다 싶었는데 홍순택 총무이사가 입을 열어 분위기를 풀어주었다.
 “실은 그 어른이 소설에서처럼 공교롭게도 서출이셔요. 요즘이야 세상이 달라져도 왕창 달라져서 별 문제삼지 않지만 그 시절만 해도 적서차별이 대단하던 때라 집안에서 그 어른이 화두에 오르는 것을 달갑잖게 생각하는 편이지요.”
 부안 기생 매창은 유희경이 서울로 돌아가자 수절하며 시문을 남긴 고사는 유명하다. 허균이 그 부안 부사 유희경을 찾아갔다가 홍길동전의 모티브가 되는 실화를 듣게 된다.
 또 하나는 선조 41년(1608년) 심우영, 서양갑 등이 서출에게도 벼슬길을 열어달라고 조정에 연명장을 올렸다가 실패한 뒤 소양강변에 움막을 짓고 은거한 사실이 반역을 꾀한 일로 고발되어 처형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홍길동전'을 구상했다고 전한다.
 두 대목을 종친들에게 늘어놓자 그쪽에서 필자가 늘어놓은 이야기와 실존의 홍길동 어른과 일치하는 내용이 많다고 했다.
 “연세대 설성경 교수가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홍길동이 우리 집안 어른과 일치하는 점이 많다며 조사차 이곳 춘천 서면을 몇 번 찾아왔었지요. 논문도 써서 발표했다나요.”
 말꼬리를 감추는 모습을 보고 굳이 캐어물을 입장도 아니어서 그만 말문을 닫고 말았다.
 춘추관의 편수관과 황해도 장연 도호부사, 절제사를 지내고 인종을 도운 공으로 원종공신에 책록된 홍석우(洪錫禹), 화서학파 이항로의 마지막 제자이자 김평묵의 사위인 홍재구(洪在龜)와 홍재학(洪在學) 형제 등 몇 사람을 떠올리면서 대화를 마쳤다.
 현대에 와서 가문을 빛낸 인물로는 남양 홍씨 종친회장 홍병표, 홍창섭 홍종욱 홍희표 전 국회의원, 홍성좌 전 상공부차관, 홍맹식 전 삼척교육장, 고려대 총장을 지낸 홍일식, 현 태백시장 홍순일, 홍헌표 전 도의원, 홍종천 전 도체육회 사무처장, 홍세표 외환은행장, 홍소자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홍순주 전 강원대 교수, 홍석균 홍덕균 현 강원대 교수, 홍순민 서울대 교수,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 홍순협 공군 20비행단 전대장, 홍정표 신남중고교 교장, 홍칠표 간동중 교장 등이 있다.

 도움말 주신 분 :
 홍순교 남양 홍씨 남양군파 마천공계 종 친회장
 홍순택 종친회 총무. 홍성린 종친회 이사

글/사진 : 소설가 최 종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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